알코올 중독자 아빠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켰다.
단지 술 마시는 것만 좋아했다면, 강제 입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술만 먹었다 하면 이어지는 폭언에 우리는 밤잠을 설쳤고, 심할 때는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우리 집 안에서 우리에게만 폭언과 폭력적인 모습이 나왔더라면, 이 역시도 강제 입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혼자서 밥도 못 먹어서 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던 아빠가,
은행 ATM기계를 통해 출금도 못하던 아빠가,
혼술은 커녕 밖에서 혼밥도 못하던 아빠가,
약 6년 전쯤 하나하나 혼자서 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빠가 가족들 몰래 대출을 내기도 하고, 300만 원이라는 돈을 뽑아 남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혼술을 하다 깽판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애정표현을 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폭언을 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자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더 이상 아빠를 사회에 방치할 수 없었고, 그렇게 아빠를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시키게 되었다.
처음 강제 입원을 하는 게 어려웠지 그 이후로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어쩔 때는 아빠가 먼저 들어가야겠다며 병원에 넣어 달라고 우리에게 말하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고(아빠가 술에 잔뜩 취해 있을 때 병원을 가야 했기 때문에 제 발로 갈 수는 없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우리 지역 내에는 없어서 타 지역까지 가야만 했다. 구급차 비용은 2020년 코로나 때 50~7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이 돈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었다.
병원에 들어가서는 아빠가 계속 내보내 달라 전화가 왔었고, 우리는 길어봤자 한 달 반 가량 입원을 시킬 수 있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데 정말 술을 안 마시겠다는 아빠의 말을 바보같이 믿고 퇴원을 하고, 또다시 입원을 반복했었다.
제3자가 보았을 때는 우리 가족의 행동이 나쁘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아빠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라며 …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우리가 이때까지 참아오고 감내해 온 것들을 다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병원을 가기 전까지는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도 입원을 하고 조용해진 집 안에 있을 때의 이 고요함은 나에게 너무 소중했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사설 구급차와 병원 비용이 꽤 부담되었지만, 그렇게라도 이 고요함을 살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다.
우리는 총 세 번 강제 입원을 진행했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 2명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엄마와 친오빠가 병원에 동행했다. (입원 전 엄마는 병원 관계자와 상담을 진행했고, 관계자는 혹시라도 아빠가 강제 입원에 대한 해코지를 할 수 있으니 딸인 나보다는 오빠를 데려 오라 했다 한다.)
지금은 아빠가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인해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
한창 술 마시고 사고 칠 때의 아빠를 생각하면, 그때 그렇게라도 입원을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아빠도 아빠조차 제어가 안 될 때 병원에 넣어달라고 말을 하겠나...)
단순히 우리 가족만의 고요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먼 남한테까지 피해를 안 주기 위해 우리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