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뿐인 사랑』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by 안서조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는 밤, 디자이너인 아이라는 교통사고를 당한 운전자를 도와준다.


차에 다리가 깔려 신음하던 그녀는 여러 번의 스캔들로 ‘마성의 여자’라고 불리던 인기 배우 가나세 구미코였다. 결국 다리를 잃은 구미코와 그녀를 위해 의족을 디자인하게 된 아이라는 점차 가까워져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는다.


어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기억 때문에 사랑을 믿지 못하던 아이라, 사고 후 연인에게 배신당한 구미코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고,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성장한다.


제목이 ‘형태뿐인 사랑’이라서 어떤 내용 일까?궁금해서 읽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랑을 ‘연애 戀愛’라고 하면 ‘연戀’이 먼저고 ‘애愛’가 나중이 맞다. 는 저자의 말이다.


‘戀’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愛’ 사랑하게 된다. ‘愛’는 서로를 탐닉하는 것이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핸디캡, 어릴 적 겪었던 불편한 감정이 매사에 나타나는 것, 프로이드는 그것을 무의식이라고 했다. 이 소설은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해냈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하루 스물네 시간 속에서 인간의 고민은 세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것, 현재에 대한 것, 미래에 대한 것. 초조해하지 말고 조금씩 미래에 대해 생각해나가도록 하죠.


자기 쪽에서 먼저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에게 연애란 항상 신비로운 인사(人事) 문제다. 딱 한 자리밖에 없는 포스트를 마주하고 경쟁자에게 따돌려지고, 말도 안 되는 평가에 아연하다는 직장인의 고뇌와 분명 상통하는 것이다.


‘연애(戀愛)’는 참으로 잘 만들어진 단어라고 그는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감정에 전후가 있다고 한다면 역시나 전반은 ‘연애(戀)’이고 후반은 ‘사랑(愛)’인 것이리라. ‘연애’가 찰나적으로 강렬하게 타오르면서 상대를 원하는 감정이라고 한다면 ‘사랑’은 서로 받아들인 상대와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감정임이 틀림없다.


그 연애와 사랑의 틈새에서 두 사람의 인간은 처음으로 몸을 섞는다. 연애가 꽃이고 사랑이 과실이라고 한다면, 섹스는 꽃을 떨구고 열매를 맺기 위한, 계절이 바뀌는 경계선 같은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본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해. 그랬다가는 정신이 이상해지겠지. 어느 때라도, 어떤 장소에서라도, 뭔가를 보는 대신에 다른 뭔가는 못 보게 돼. 그건 사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야. 사람의 모든 면을 다 볼 수는 없어. 그렇다면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을 내보이도록 해야지. 누구에게나 빛이 닿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 빛이 닿는 부분만을 보게 돼.


책 소개

『형태뿐인 사랑』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아르테(주)북이십일, 2017. 1. 24. 발행. 15,000원

히라노(平野) 게이치로(啓一朗) - 197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 중 1998년 문예지[신초]에 투고한 “일식”이 권두 소설로 게재되었고, 다음 해 이 작품으로 12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