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큰 무대에서 발표하고, 박수를 받고 내려오는데 어찌나 긴장했는지 곧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아닌, '독서'란 주제로 대중 앞에서 말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요. 고민하고 망설이다,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2월 초에, 6개의 북클럽을 관리하는 총괄 디렉터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그동안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을 나누고, "독서의 활성화"를 위한 독려 자리가 있는데 발표를 부탁한다고요. 초창기부터 참여했으니 적임자라고 추천했나봐요.
사실, 북클럽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남편 때문이었습니다. 시작 당시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진 않았는데, 평생 책을 끼고 산 남편이 쑥스러워해서 함께 참여했었어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하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줌으로 전환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하지 않을 수많은 핑계가 생각났지만, 경험 삼아서 해 보기로 하고, 먼저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7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져 A4 용지로 3장 정도면 될 거 같았어요. 그동안 독서를 하면서 '내적 성장한 이야기, 책을 읽기 시작하며 글도 쓰고, 지금은 작가로도 활동하며, 친정엄마 자서전을 대필한 내용도 포함'했지요. 간단한 북클럽 소개도 곁들었어요.
원고가 완성되자, 또박또박 읽는 연습을 아침저녁으로 했습니다. 원고가 거의 다 외워질 무렵인, 실전 이틀 전에, 가족들 앞에서 평가를 받았는데요. 남편은 "좋은데, 글을 읽는 거 같아서 호소력이 좀 부족하다"라고 했고, 딸 역시 " 음.... 괜찮은데, 무미건조하다"라고 했습니다. 결론은, 글에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좀 들어가야 할 거 같단 총평이었어요. 무대에서의 글은 좀 화려해야 설득력이 있어야 듣는 사람이 집중해서 듣는다고요.
'아! 원고도 거의 외웠는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자,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딸이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딸은 이중 언어를 사용해서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쓰거든요. 성격도 저와 남편을 반반씩 닮아, 감성적이면서도 논리적이라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딸이 문장을 조금 바꿔주고, 글 MSG를 첨가하니 훨씬 호소력 있게 들렸어요.
마침내 바뀐 원고연습도 다 하고, 옷장에 아껴둔 네이비블루 정장을 입고, 한껏 치장한 후 무대에 섰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눈앞이 아찔했어요. 서서히 준비한 원고를 읽다가, 두 번째 페이지가 되니 갑자기 목이 말라지면서, 목소리가 갈라짐을 느꼈습니다. 읽고 있는 원고가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안돼! 힘을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마지막 문장까지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박수를 받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또 하나의 도전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무대에서의 7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는 점과 글을 술술 읽는 연습뿐만 아니라, 청중을 보고 눈을 맞추는 연습도 필요했어요. 무대에서 좀 더 여유 있고, 당당하도록 마음과 몸을 잘 관리해야 함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발표가 끝나고, 많은 사람의 격려와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독서에 관심이 생겨서 참여하겠다."
"글쓰기로 연결해서 작가까지 되셨다니 멋지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발표한 내용이 설득력 있고 참신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독서와 무관한 삶을 살았습니다. 오랜 결혼 생활 동안,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남편이 오히려 답답할 때가 많았더랬다. 우연히 시작된 북클럽 덕에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고, 또 무대까지 서보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되니...."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아들러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확인한 유쾌한 기회였습니다. 서툴지만, 성실하게 준비하고, 용감하게 도전한 나를 응원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갑니다.
PS :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스타치스꽃으로 만든 리스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거나, 하고 계신 모든 분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