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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Feb 03. 2024

소심러의 '소심함' 극복기


포근한 봄날씨 같았던 며칠 전, 딸과 맨해튼 소호에 있는 식물 카페를 갔다. 기운 없는 엄마를 위한 선물이었는데, 도착하니 오전이라 꽃을 다듬고, 식물에 물을 주느라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커피 향을 맡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카페 곳곳을 담았다. 여유 있게 사진을 찍고, 처음 보는 식물 이름과 소품의 쓰임새까지 일일이 직원에게 물어봤다. 


자리로 돌아와 녹차라테를 주문하고 조금 있자, 멋쟁이 매니저가 고급스러운 살구색 장미꽃을 우리 모녀에게 갖다주었다. '무슨 꽃이냐?'라고 물으니, 꽃을 너무 사랑하는 거 같아서 주는 선물이란다. 일하는데 귀찮게 한 거 같아 내심 미안했는데, 넉살 좋게 매니저와 식물 이야기까지 나누며 즐겁게 지내다 왔다. 뭔가 당당해진 모습이 과거의 '소심러'에서 많이 탈출한 거 같긴 하다. '나 좀 변했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나는 심각한 소심러(소심)이자, 예미니스트(예민)였다. 카톡이나 전화했는데 상대방이 답을 안 하거나 늦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라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가게에 갔는데 종업원이 친절하면, 나중에 구입 안 해서 미안할까 봐 그냥 나온다.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아도 '나' 때문이라고 여긴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돈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제대로 말을 못 해 돈을 떼인 적도 여러 번이다.  


도대체 이 소심함과 예민함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다른 사람까지 불편하게 해서 고민도 많이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어른들의 기대와 칭찬을 받기 위해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잘 못 할 거 같으면 뒤에 숨어버리는 소심함이 생긴 건가? 성장하면서는 음표 하나하나에 민감해야 하는 피아노를 전공해서 유달리 예민해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서서히 극복하는 기회가 생기는데.... 

 5년 전부터, 평생 가까이하지 않던 운동을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다. 힘든 강도의 운동을 끝난 후에 갖는 성취감이 아주 짜릿했다. 몸이 상쾌하고 개운해지는 경험이 반복되자, 어느새 마음에 담아둔 불필요한 걱정이 조금씩 없어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 탁구 배드민턴,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하며 '소심함'으로부터 조금씩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 SNS 인스타를 시작하면서 더욱 많은 극복을 하게 된다. 

처음엔 모르는 다수와 소통하는 것도 어려웠다. 한 사람의 기분 상하는 댓글로 '이거 왜 하나?'란 생각이 들며 의욕이 상실되기도 했다. 그러나 훨씬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작은 반응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게 됐다. 기분 나쁜 감정보다 꼼꼼하게 올리는 데 집중하니, 어느새 피드는 알찬 포트폴리오가 되어 있었다. '예민함' 또한 남과 다른 창의적인 소품을 만드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됐다. '감성 꽃 소품 크리에이터'로 콘텐츠를 찾고,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도 평소에 단점이라 생각했던 소심하고 예민함 덕분이다.  


그러나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글쓰기의 힘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예민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속상하고, 힘든 감정을 글에 하소연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쓰면서 조금씩 해소가 되고, 견딜만한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나를 드러내고, 민낯을 대하면서 비로소 애틋하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단단해지는 계기'라고나 할까? 


'소심과 예민'을 좋은 장점으로 인정하기까진 긴 시간이 걸렸다. 모난 돌도 깎아서 예쁜 돌로 만들어 가듯이 선순환이 되자, 어느새 그 미운 돌이 나의 소중한 보석이 되어 있었다. 운동을 하고, 소품을 만들고, 글을 쓰며 경험한 여러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나 결국엔 나의 삶 속에 스며있음을 믿는다. 

 



PS: 말린 꽃을 이용해 만든 작은 액자인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소심러와 예미니스트께 드립니다. 그대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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