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한 이야기 2화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연재 글의 1화 요약입니다.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평범하게 살던 중, 남편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하며 좋은 인연을 만났고요. 그 과정에서 우연히 Aferschoool(방과후 학교)를 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화
시작은 미약했지만....
엉겁결에 방과후학교 하던 집을 인수했지만, 학생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있던 많은 학생은 이전 원장이 다 데리고 나갔기 때문인데요. 세 모녀만 달랑 남으니 큰집이 더 크게 느껴지고, 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썰렁했습니다. 집에 담도 없어 누가 갑자기 들어올 것 같아 무서웠고요. '아이들이나 잘 뒷바라지할걸! 미국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굴 믿고 사업을 시작했나?' 등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에 잠 못 들다가도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가고 싶었습니다.
일단 M Afterscool로 이름을 정하고 사인 판을 달았습니다. 텅 빈 교실을 아침마다 청소하며, 다짐했습니다. '한 명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야! ' '좋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한국에서도 대기자가 줄 서 있던 인기 많은 선생님이었잖아!'를 떠올렸습니다. 분명 도와주는 손길이 있을 거란 초긍정 마인드로 흐트러지는 의지를 다잡고요.
순조로운 출발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딩동!! 하는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전직 미스코리아였을 법한 미모의 30대 한인 여성이 서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손을 잡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지나가다 사인 판이 보여서 들렀어요. 방과후 학교 맞죠?"
'아! 이곳에서 하시던 분은 다른 장소로 가셨고, 제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중인데요'
"어머!! 갑자기 일을 하게 돼서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등록할 수 있나요? "
'지금은 학생도 없고 준비 중인데....급하시면, 예전에 하던 분 연락처를 드릴까요?'
'아니에요. 원장님이 왠지 끌려서 아이를 맡기고 싶어요"
기적처럼 첫 학생이 등록하고, 같은 반 친구 2명까지 소개해 준 덕에 3명의 학생으로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12세 이하는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로 봅니다. 만약 아이가 혼자 있으면, 아동 방임제로 처벌되기도 하고, 양육권이 박탈되기도 하고요. 누군가가 꼭 돌봐야 하는 아동보호법이 있습니다.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차별화하기
수많은 방과후학교 가운데서 살아남으려면 공부 외에 특별한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피아노를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부모들이 연습시키는 게 힘들다고 한 말이 떠 올랐어요. 그걸 대신해 주면 어떨까? 생각하다 피아노 연습과 레슨을 매일 루틴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향상 음악회를, 무대를 빌려서 하고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피아노 때문에 방과후학교를 오는 경우까지 생겼으니까요.
그리곤 학생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썼습니다. 바닥을 마루로 해서 신발을 벗고 지낼 수 있도록 하고요. 간식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선생님을 고용해 학생들의 숙제와 크고 작은 시험 준비를 했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알차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학부모들의 입소문으로 3명의 학생이 15명으로 불어나더니 금세 목표였던 30명이 됐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픽업하는 기사분도 3명으로 늘고, 선생님도 4명,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고용하고요. 한번 등록한 학생들이 계속 다니고, 소개도 많아지자, 교실이 부족해졌습니다. 오픈한 지 3년이 지나자, 우리가 살던 2층 공간까지 내줘야 할 형편이 되었어요.
다시 한국에 있는 남편과 상의했습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집값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집을 구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방과후 학교와 5분 거리에 적당한 집이 있어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습니다. 방과후 학교는 집 전체를 사용하고요. 그 후 7년 동안 이곳에서 함께 꿈을 꾸며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학생 수도 2배 이상 늘고요. 공부와 음악을 하던 학생들이 점점 두각을 나타내자 다시 한번 비상합니다. 명실상부한 교육기관으로요. (다음 화에 계속....)
방과후 학교가 잘 운영되자 많은 분이 물었습니다. 비결이 뭐냐고요?
잘할 수 있는 피아노 지도를 방과후학교에 도입한 게 결정적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에 지름길이 없듯이 기본에 충실하고, 답답할 정도로 하루하루의 루틴을 잘 지켰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반짝이지도 않고, 지루해서 싫증 날 때도 많았고요. 누가 알아주나? 쉬운 길로 가자는 유혹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견딘 길 끝에는 그 고난만큼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