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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솔 Oct 04. 2024

그리움이라는 독(毒)

#1


사랑은 참 복잡하다.

두글자밖에 안되는 주제에 온갖 스토리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 뿐인가. 설렘 기쁨 환희 애틋함 욕망 욕심 포기 절망 냉정 실망 원망 등 온갖 감정을 줄줄이 엮어서 끌고 다닌다. 그 중에서도 그리움이 제일 문제다.


다른 감정은 한번 훅 올라오거나 뚱하니 있다가 사라지는데, 이놈은 꼬리가 길어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농간에 오래 놀아날 경우 그리움의 흔적인 독이 서서히 퍼진다.


블랙맘바의 독니 속에는 근육 조직과 신경을 마비시켜 심장과 호흡을 멈추게 하는, 덴드로톡신이라는 독이있다. 물린 지 20~30분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리움이 지닌 독도 마찬가지다. 적절히 청소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마음을 마비시킨다.

어찌저찌 극적으로 회복한다고 해도 가슴 깊이 여러 흉터를 남기고 수시로 의식 위로 떠올라 아프게 한다. 그런데 그놈의 해독제가 사랑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2


얼마 전 너를 처음 만난 제주를 다시 찾았어.


우리가 헤어진지 2년이나 지나 네 생각도 희미해졌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함께 갔던 세화해변을 걷다보니

가슴 깊이 봉인된 장면들이 떠오르더라.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말없이 걸었던 기억,

두손을 맞잡고 바라 본 바다 끝 풍경.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이젠 괜찮다고, 씩씩하게 웃던 네가 눈에 쨍하게 박히던 순간까지.


모두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어.


문득, 가슴 한가운데서 그리움이 흘러나오길래 기억을 멈추고 재빨리 막아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머리 끝까지 차올라 움직일수가 없었어.

어쩌겠어.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진정되길 기다릴수 밖에.

그리움이 너무 깊어져 독이된 자리들을 다 긁어냈다고 방심한 잘못이지 뭐.


너는 여전히 강력하구나.


그런  아직 동경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어.


언제쯤 그리움이 옅어질까.

널 잊을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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