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은 참 독특해.
평소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길가에 고개를 쳐든 풀들의 높낮이를 비교한다던가,
한쪽 끝없이 펼쳐진 가게 간판을 읽곤 하거든.
그런데,
너를 만나러 갈 때면 주변 풍경이 흐려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오직 길에 뿌려진 네 이름만 보여.
상상이 가?
내 눈이 머무는 곳마다 네 이름이 보인다는 게.
사실 고백하자면, 그날그날 이름이 덮은 색깔이 다르거든.
대부분은 진한 빨간색 아니면 연분홍색인데
오늘은 선명한 하얀색이네.
참 좋다.
언제까지일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네 이름으로 칠해진 길을 계속 걷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