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여행이 준 빛나는 선물

여행은 삶의 풍경을 새롭게 채색하는 시간

by 산수골지윤핼미

예상치 못한 길에서 삶은 가장 빛나는 풍경을 선물한다.



루블 가루솔 아트페어를 마치고,

작가들과의 만찬에서 나는 “해피 맘”으로 불렸다. 까다롭던 천 교수가 앞장서 농담처럼 붙여준 이름이었다.

아들에게 "애인에게 해줄 걸 엄마와 함께하네."이러면서.


웃음 속에서 난 '내 삶에 언제나 아들이 함께했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며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이 올라와 뭉클했다.


' 아들~ 고마워.'



고흐마을 오베르 슈를 우와즈

이튿날, 우리는 고흐마을이 있는 오베르 슈를 우와즈로 향했다.

이곳은 파리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었다.


아차 월요일. 프랑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곳이 닫혀있었다.

심지어 관광 안내소까지.


아들이 찾아낸 길은 고흐가 숨 쉬던 곳으로 이어졌다.


그가 다니던 산책길, 살던 집, 동생 태오와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무덤,

그리고 그가 생을 달리 한 장소 등등.

여기저기에서 후손들은 고흐팔이에 여념이 없는 듯 보였다.


아들은 그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래 서 있었다.

고흐의 억울한 삶을 떠올리며 이토록 억울한 삶이 어디 있냐며.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태오라는 동생이 곁에 있었으니 그 당시 다른 화가들에 비하면 괜찮았던 거지'






몽쉘미셀 수도원

몽쉘미셀에 이르렀을 땐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몽쉘미셀까지의 거리는 예상보다 멀었다.

그 때문인지 동네는 의아할 정도로 한적했다.


물이 빠진 바다와 뻘, 모래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땅 위, 그곳에 수도원이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멀리 끝없는 평야가 펼쳐지고 있다.


노을은 고요한 가운데 섬을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마을의 불빛이 하나씩 켜지며 섬은 신비롭게 변했다.


우리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좁은 골목이 이어지며 레스토랑과 호텔들이 아주 소박하게 자라 잡고 있었다.


나는 아쉬움에 뒷걸음질 치며 그 풍경을 눈에 담았다.

캘린더를 통해 처음 만났던,

아빠께서 섬이라며 어린 나에게 뭐라 뭐라 설명해 주셨지만 나에겐 그저 "신비"로 다가왔던 그 섬.

그때의 감흥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 깊은 속에 켜켜이 묻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몽쉘미셀의 노을은 꼭 봐야 한다는 아들의 미션은 "성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 비비고 밖에 나가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들고 나는 사람들의 활기 가득 차 있었다.


우리도 아예 짐을 빼고 이번엔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버스는 이 타운의 셔틀버스로 요금은 받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갔다.


'이 먼 길을 간밤에 우린 단단히 홀려 있었구나, 난 발 아픈지도 몰랐는데.'

"인산인해." 상황은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으로 있었다.


수도원도 아름다웠지만 그를 에워싼 풍광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우린 간밤에 살짝 엿본 것으로 퉁치고 오묘한 해변을 느껴보기로 했다.


하나하나 모든 것이 감흥을 주었다.

'정말 조오타' 그냥 그 속으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아빠도 소환하면서...


오래도록 간직될 감흥을 준 몽쉘미셀을 마음에 담고, 도빌로 향했다.






여정의 마지막인 도빌.

여고시절에 만난 영화 "남과 여"의 장면이 떠오르는 곳.

파리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의 한적한 해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광활한 바다가 펼쳐질 줄이야.


드넓은 해변에서 바람을 맞으며 승마를 즐기는 이들. 한쪽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의 무리.

그동안 다니며 프랑스의 부유함에 배가 아팠던 터였는데,

이곳이 정점을 찍는 것 같았다.


나는 큰 숨을 들이마시며 광활한 바다를 내 가슴에 담았다.

아들은 보이지도 않고, 난 해변의 카페에 앉아 밀크카페를 마시며 그 속에 녹아들었다.


한참을 그리 보내다,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저택들 그들이 내려다보는 경치는 남달랐다.


그 뒤로는

어메이징 한 숲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무심히 놓인 벤치에 앉아 나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풍광들을 누리며,

마치 영화 속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급 출출함이 느껴져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저 아래쪽에서 뭔가를 들고 올라오는 아들이 보였다.

따끈따끈 갓 구워낸 피자였다. 골목 밑에 작은 피자집이 있었다.


'오! 이런, 이 바닷가에서 피자를...' 그 맛을, 그 광경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아들의 뒷모습,

그리고 손에 들린 피자 한 판이 묘하게 대비되며 마음 깊이 각인되었다.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의 풍경을 새롭게 채색하는 시간이 되었다.





고흐의 고독, 몽생미셸의 장엄, 도빌의 낭만. 그리고 곁을 지켜준 아들.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또 다른 빛깔로 남았다.





"도빌해변" watercolor on paper mixed media 53.0*45.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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