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으로 향한 희망
사춘기의 문턱에 서서, 애기는 이제 친구들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마, 서아가 무슨 짓을 해도 서운해하지 마세요. 사춘기라 그래요.”
딸의 말처럼, 서아는 조금씩 우리의 품을 떠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꽁지를 발딱 세운 새처럼.
갱년기에 접어드는 엄마와 사춘기의 딸, 그 사이에서 나는 두 세대의 파도 소리를 지켜보았다.
서아는 어릴 적부터 관찰력이 남달랐다. 만들고 그리는 일에 탁월했고,
스스로를 “뚝딱 걸”이라 불렀다.
크리스마스 카드, 생일카드를 직접 만들었고, 유튜브에 언박싱, 춤, 동화 낭독, 게임 영상까지 올리며
"구독과 좋아요"를 독촉하기도 했다.
춤은 서아의 또 다른 세계였다.
어린 시절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불러대던 아이는 이제 걸그룹 댄스에 빠졌다.
왼발 스텝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잠 못 이루며 궁리하는 아이.
나는 그 열정이 귀여워, 서아가 산수골에 오면,
화실은 서아의 스튜디오가 되고 난기꺼이 찍사가 되곤 했다.
여름방학이 되자 딸은 본격적으로 화실을 알아보러 다녔고, 서아는 신이 나 있었다.
미술학원 시험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옆 라인 친구와 함께 다니며 더욱 즐거워했다.
그 친구가 산만해 혼난다며, 서아는 그 점을 걱정하며 오히려 친구를 살뜰히 도 챙겼다.
아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길을 찾았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엄마, 미술학원 보냈더니 온 세상이 다 천국이야.”
제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모녀의 파도 소리도 잔잔해졌나 보다.
서아는 엄마에게 "미술학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나~.
서아는 학원에서 4시간씩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애기야 너 엉덩이 근질거려 그 긴 시간 어떻게 앉아 있어?" 살짝 태클을 걸어봤다.
“그림 그리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요. 5학년이 되면 6시간씩 그린대요."이러며
오히려 긴 수업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토요일 보충수업에도 기꺼이 나섰고, 스스로 눈을 비비며 일어나 학원으로 향했다.
나는 그 모습을 전해 들으며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이런 거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서아는 열정쟁이!
겨울방학, 서아는 할머니와 그림 배틀을 제안했다. 화구를 펼쳐놓고 집중하는 손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상 서아의 작은 시연회가 되었다.
그렇게 서아의 진로는 미술로 자연스럽게 기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속으로 은근한 꿈을 꾸게 되었다.
언젠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서아와 나란히 이젤을 펴고 데생하는 날.
예전, 그곳에서 화구를 챙기지 못한 걸 후회했던 기억이
이제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어 다가왔다.
예중 입시를 앞둔 지금, 서아는 고3 못지않은 긴장 속에 있다.
그림 앞에서는 집중력이 깊어지고, 그 속에서 즐거움과 성취를 동시에 맛본다.
나는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다짐한다. '내가 할 일은 건강을 지키는 것.
그날, 그곳에서 서아와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언젠가 서아의 작품이 그곳에 걸릴 수 있길 기도하며.'
핼미의 꿈과 손녀의 꿈이 교차하는 지점,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핼미는 언제나 서아 응원해. "
"핼미는 영원한 서아 팬.”
"파이팅! 사랑해."
난 가끔씩 조심스러워하며 이런 톡을 보냈다.
짧은 말이지만, 바닷속 보다 깊은 "핼미마음" 담아서.
서아의 쾌거
마침내 서아는 해냈다.
2년 반 동안의 "모녀투혼"이 결실을 이뤄냈다.
서아는 희망하던 선화예중에 "합격"이라는 쾌보를 날려주어, 날 "해피핼미"로 등극시켰다.
12년 서아 인생의 첫 관문을 보기 좋게 관통해 낸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키만 큰 애기에겐 참으로 가혹한 행군의 시간들이었다.
유독 친구들과의 어울림을 좋아하던 아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알바하는 게 꿈이어서,
뷔페식당에 가면 아이스크림은 도맡아 퍼 나르던 아이,
릴레이 경주 때는 다른 친구들보다 한 바퀴를 앞서, 우사인 볼트라는 별명을 붙인,
이 아이는 얼마나 친구들과 뛰놀고 싶었겠는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나 안쓰러웠던지,
시험 기간에는 첫 관문에서 상처받을까 봐, 아직 애긴데... 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제 메트로폴리탄으로 향한 꿈은 일보 전진,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는 서아는 진정한 "핼미의 수호천사!"
그 꿈을 향해 오늘도 몸만들기에 전력을 다하며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