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도망가입시더.
산기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몇 초 간격으로 상승, 하강을 반복했다. 아주 불쾌한 소리였다.
잠시 후 다급한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말했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행정안전부 민방위 경보 통제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웬 소란이냐? 지진이라도 난 게야?"
당황한 얼굴로 혜천 스님이 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공습경보 발령이라고 하는데 민방위 훈련이라도 하나 봅니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그러나 얼마 후 땅이 울리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이어, 폭죽 터지는 소리가 한바탕 난리를 치고 종식했다. 소리가 끊기고 조용해지자 지붕이 내려앉는 건 아닌지 공포감이 엄습했다.
우리는 일단 벗어나고 보자고 입을 모았다. 차 키만 달랑 들고 절 마당에 있는 테라칸으로 냅다 뛰었다.
산 밑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어떻게 됐는지,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도망가기 급급했다. 지금 상황에 그걸 알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산 밑에서 라디오 신호가 잡혔다. 방송 내용을 종합하자면 지금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원 대상자는 지정된 장소로 빠짐없이 입소할 것을 지시했다.
예비군과 민방위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민방위 소집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 민방위를 간다는 것은 현실성 없어 보였다. 무사히 소집 장소까지 갈 수는 있단 말인가. 가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집에 불응하면 나중에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난처했다.
지금 면사무소는 멀쩡히 존재하기는 할까, 그리고 내가 적을 두고 있는 해운사의 주지 혜천 또한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그래도 일흔이 넘은 노인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다.
우리는 우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우리는 절로 되돌아가 옷과 식량, 돈이 될만한 것들 챙겨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