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월급의 늪

보이지 않는 밧줄

by 돈시맘 Feb 07. 2025
아래로

한 달에 한 번, 간절히 기다려지는 특별한 날이 있다. 바로 월급날이다. 이날이 어서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나. 월급이 나한테는 구원 같은 한 줄기 희망이자, 동시에 하나의 절망 그림자가 된다.


월급이 입금되는 순간, 마침 밑 빠진 독과 같이 돈들이 줄줄 빠져나간다. 돈이 들어오자마자 시원하게 쭉 쭉 빠져나가는 돈들. 내 통장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내 월급이다. 우선 고정지출들이 주르륵 흘러 나간다. 주거비, 신용카드, 보험비, 교통비, 품위 유지비 등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항상 그렇듯이 한숨을 내쉬면 한심한 나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생각해 보고 가계부를 써도 고정지출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고 점점 늘어나는 마법에 걸렸다. 월급이 한순간 다 사라져 버리는 마법에 잠시 걸리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그 괴로움이 두 배가 된다. 이제 그다음 월급날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나.


지난달은 또 어떤 소비의 유혹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품위 유지비라는 말도 안 되는 항목에 리스트는 점점 길어진다. 이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마치 모래 늪에 빠진 것처럼, 움직일수록 더 깊어지는 이 느낌.


이미 너무나 깊게 빠져버린 (월급의) 늪.


그렇게  달을 겨우 버텨낸다. 하지만 이미 나는 너무 깊게 빠져버렸다. 바로  월급의 . 월급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소비의 즐거움도 있지만, 사실은 다음 달까지 다시 살아남기 위한 금융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다음 달까지 다시 버틸  있다.  힘든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는 나의 힘이 돈이다. 월급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찍히는 그 숫자를 통장에서 확인하면서 숨을 돌린다. 내가 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월급의 늪도 돈을 벌고 싶어서 안달이 나면 더 빠져버린다. 통장에 찍히는 내 월급을 한 달에 한 번씩 보면서 한 달을 살아가는 내 모습이 참 처량해 보인다. 회사 일로 인해 받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금융 치료받을 날만 기다린다. 꿈꾸던 미래는 멀어졌고, 눈앞의 현실만 더 선명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는 물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른다.


다음 달은  나아질 거야.”


 한마디를 되뇌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월급이 있으니 내가 살아갈  있다고  월급으로 고지서들을 납부하고 시원하게 생각 없이 소비할  있으니까.  우울한 기분과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이니깐.


하지만,


 언제  늪에서 벗어날 용기를 다시 내어볼까? 벗어나고 싶다고 외치면서도, 익숙해진  안락함이  움직임을 무겁게 한다. 변화는 두렵고, 실패의 가능성은  두렵다. 탈출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을 다독인다. “괜찮아, 언젠가는  늪에서 탈출할 거야.”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탈출의 순간을 이미지화만 해본다. 실행의 시도는 해보지도 않고  월급날이 온다. 금융 치료를 받고 또다시  늪에 안주해 버린다.


언젠가 이 늪에서 나와야 하는 날이 오겠지, 이 늪이 영원할 순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 아늑한 월급의 늪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아무 데도 도망가지 못하게 나를 꽁꽁 묶는다.

이전 03화 당신의 사랑스러운 진상 고객님께서 연락하셨습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