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겨우 불길을 잡은 이번 국서봉 산불로 인하여 10명이 다치고, 1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젊은이들의 카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극단적인 경우 할부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는 등 보험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틀이 지난 뒤에나 산불은 꺼졌다. 뉴스에서는 축구장 몇 개 넓이가 탔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리고 진호는 결국 급여를 지급하는 날까지 복귀하지 못했다. 듣기론 뭐 좀 해보려고 하면 검사를 받거나, 높으신 분들이 자꾸 찾아오는 바람에 귀찮아 죽겠단다. 그러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산불은 꺼졌지만 이제 전화기에 불이 날 시간이다. 여기저기서 월급이 왜 입금이 안 됐냐며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아예 수화기를 내려두었고, 전화를 받는 것은 두 분의 아주머니와 나의 몫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얼마 전 산불이 난 것 때문에요, 담당자가 병가에 들어가서 다음 주에나 지급될 것 같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앵무새처럼 전화를 받았을 분인데,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산불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도 하고, 무작정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지금 옆자리의 저 전화처럼 말이다.
“나 김금순 씨 아들인데, 너 이 X끼들 왜 월급이 밀려? 공공기관이 월급을 밀려도 되는 거야? X발,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내가 엊그제까지 임금체불 때문에 신고하고 해 봐서 다 알거든? 어!? 너네 다 신고할 거야!! X나 짜증 나네. 니네 땜에 차 압류당하면 책임질 거야?”
어찌나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지 아주머니는 수화기를 아예 귀에서 떼고 있다. 그런데 그 수화기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제법 낯익다. 설마 싶어 전화기에 찍혀있는 번호를 찾아봤다. 거기에는 목소리만큼이나 익숙한 민수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