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말든가 먹지를 말든가
오늘은 아침에 요가 수업을 하는 날이다.
평소 같으면 터덜터덜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며 멍 때리다 출근을 할 테지만, 오늘은 머리가 복잡하다.
머릿속에서 꼬여버린 오늘의 요가 시퀀스.
아침 러닝은커녕 부랴부랴 일어나서 일찍 나갈 준비를 해본다. 그러던 중 출근 준비를 하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 아침 차려줘”
내가 엄마한테 한 말이 아니라, 엄마가 나한테 뱉은 말이다.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오늘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엔 사실 나도 밥을 먹지 않으려 했건만…
엄마에겐 오늘 수업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구태여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뭘 차릴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보이는 건 베이컨과 달걀.
달걀을 삶으며 베이컨을 구웠다.
식빵 위에 얇게 크림치즈를 바르고, 토마토를 썰어 올린 뒤 그 위에 베이컨 3장과 반숙으로 익은 계란으로 마무리. 올리브오일과 후추, 소금을 뿌렸다. 엄마를 흘긋 보니 머리를 말리고 있다. 그때까지 기다리지는 못할 것 같아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미리 부었다.
그리고 나는 나갈 준비를 하는데 저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베이컨 싫은데”
그리고 또 나지막이
“엄마는 반숙 싫은데”
‘그럼 해달라고 하질 말든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건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안다. 차분히 생각한다. 평소 같으면 허허 웃으며 넘기거나 가볍게 “그럼 먹자마~”라며 너스레를 떨었을 테다.
누구의 아침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혹은 그마저의 여유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아무 말없이 출근을 했고, 돌아오니 엄마의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말을 말든가, 먹지를 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