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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m와 블랙베리 타르트

먹고 뛰는 것도 쳐주시나요?

by Dahi

어제는 부모님이 시골집에 가셨다. 적막한 아침 공기를 깨며 일어났다.

어제 저녁은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에 사다놓은 치즈타르트가 생각났다.

오늘은 어쨌든 뛰어야하는 날이다. 이미 10km가 예정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빈속으로는 뛸 자신이 없었다.

아니, 뛰라면 또 뛰겠지만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두 개의 타르트 중 블랙베리가 올라간 타르트를 집었다.

고요한 새벽, 전기포트 속에서 물이 화르르 끓는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고,

나는 천천히 타르트를 접시에 옮겨담았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순간.

물론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혈당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먼저 블랙커피를 한 모금.

방금 전, 양치를 했던 터라 약간 떫었지만 기다릴 인내심은 없다.

그리고 삶아놓은 계란을 하나 까먹었다.

이제는 먹어도 되겠지?


타르트를 하나 더 끝내고 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아니, 미뤘다가는 내일로 미뤄지고 싶어질 것 같았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가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가지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 두사람이 내 마음 속에 분명히 동시에 존재했지만,

오늘은 가라고 재촉하는 편이 이긴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10km를 뛸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 예정된 운동 계획을 보니 잘하면 그정도 되겠다 싶었다.

천천히 가기로 했다. 목표는 10km.

느려도 완주.

타르트의 힘이 컸는지, 아니면 군데군데 놓인 신호등의 힘이 컸는지 많이 힘겹지 않게 10km를 완주했다.

이제 이 동네에 어디를 얼만큼 돌아야 10km가 되는지 알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뛰고 돌아오면, 크게 입맛이 돌지는 않는다.

점심 때가 다 되어서 오늘은 가볍게 먹자 싶어서 점심이자 저녁으로 살치살에 새송이 버섯을 구웠다.

살치살보다 새송이 버섯이 더 맛있어서, 살치살은 남기고 새송이 버섯 하나를 더 구워 먹었다.

대체 어떻게 된 입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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