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가지가 부족한 것 같아. 바로 자신감이야.
나는 바로 요리 학원에 등록했지만 요리에 소질이 없어서 1년이나 걸려서야 일식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심각했는지, 학원 부원장님이 나를 불러 환불해 주겠다며 학원을 그만두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10년 이상 강사로 활동했지만 요리에 이렇게까지 소질 없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오기가 생긴 나는 자격증을 딸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 의지와 끈기로 덕분에 어렵게나마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원 원장님의 추천으로 호텔급 조리 시설을 갖춘 36홀 대형 골프장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곳은 모든 음식 시스템이 호텔과 별 차이가 없었고, 무엇보다 조리사 경력이 서울의 특급 호텔 출신자들이 많아서 나에게는 너무도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터줏대감들의 질투와 욕심으로 나는 또다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나는 대학 호텔조리학과 출신이 아닌 학원 출신이었던 것이다. 지인들은 나에게 배움 앞에서는 무조건 넙죽 엎드리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그때만큼은 그 조언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열심히 기술을 익혔다. 자존심이 상해도 참고 버티다 보면 반드시 해 뜰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며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직장 동료들은 호텔조리학과에서 실습했던 실습생들이었다. 반면에 나는 요리사 학원 출신에, 나이도 많고, 칼질도 제대로 못 하는 학원생 출신이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에 겁을 먹었고, 노예 사상에 사로잡혀 내 존재와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상은 곤란한 시간들의 연속이었고, 두려움이 항상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리부 김 대리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내서 말했다.
“남호야, 넌 직업군인 출신이고 열정적이며 성실해. 하지만 단 한 가지가 부족한 것 같아. 바로 자신감이야. 너무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봐. 들이대는 배짱도 필요하고 말이야.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 봐. 욕도 얻어먹고 이리저리 치이기도 해봐야 하나라도 더 배우고 몸에 익히지. 요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 배워지고 실력이 향상되니까. 게다가 넌 다른 직원들보다 나이도 많잖아.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은 자신이 최고라는 열정이 강해서 마찰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들은 힘들어서 곧 그만둘 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빨리 성장하고, 또 얼른 배워서 간부도 한번 해야지?”
그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말은 나에게 커다란 자극을 주었고, 예전에 아버지께서 종종 하시던 “남자는 배짱이 있어야 해!”라는 말씀도 떠오르게 했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고, 상황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내 자신이었다. 내가 변해야 상황이 변한다는 사실을, 나는 또 잊었던 것인가. 그동안 나는 내 존재성과 가치관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나를 변화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은 요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예 사상으로 시키는 것과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구나. 그래… 남호야, 부딪치자. 깨치고 터지고 박살나더라도 기죽지 말고 도전하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남호 파이팅!’
나는 나폴레온 힐의 성공학 책을 다시 펼쳐 읽었다. 그리고 과거의 위풍당당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주말에 집에 내려갈 때마다 남포동이나 용두산 공원에 들러 대중 스피치 훈련을 재개하여 자신감을 회복했다.
나는 하루하루 변화를 거듭해 나갔다. 그리고 곧 조리부 과장님을 찾아가 튀김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과장님은 한번 해보라며 기회를 주었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담당한 튀김은 반응이 좋았고, 나는 요리애 소질이 있다는 생각에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정받게 된 계기는 목소리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일식 도시락 3개의 주문이 들어오면 나는 큰 소리로 ‘도시락 3개’라고 주문을 외쳤다. 주변 조리사들은 물론 멀리 떨어진 조리사들까지 내 목소리가 들려 이로 인해 주방이 웃음바다가 된 적도 많았다. 이후에 사람들은 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기술을 가르쳐 주며 많은 기회를 주었다.
사람들은 나의 변한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며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이것은 내가 용기를 냈다기보다 내 안에 꼭꼭 숨어 있던 자신감이 드러난 것이었다. 나는 존재감을 찾았고, 요리에 더욱 푹 빠졌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서 있어 발바닥에 박인 굳은살을 제거하기 위해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는데, 불행히도 수술 부작용으로 대학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퇴원한 후에도 후유증이 심해져서 1년 정도 휴직을 해야 했다. 그때 우연히 ‘다음카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매일 신규 카페가 오픈되는 것을 보며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나에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이 있잖아? 그것은 사회 불안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과, 사람들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이끌어주는 능력이지. 또, 치유 방법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렇다면 나도 카페를 한번 만들어볼까? 카페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나의 존재감도 같이 찾아보자. 어쩌면 군대에서 장기 복무 탈락된 것도 하늘이 나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라는 메시지였는지도 몰라. 남호야!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