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집에서 나왔을 땐 구름만이 가득했다. 햇빛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신길역에 도착해 환승을 위해 1호선 탑승구로 나왔을 때는 뿌연 하늘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신길역에서 용산역으로 도착한 나는 춘천을 가기 위해 ITX를 탔다. 가끔 타는 기차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기차를 탈 때면 재미난 일이 생겼으면 하는 기대 아닌 기대에 매번 사로잡히곤 한다. 되려 재미난 일이 꼭 생기기를 바라는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다.
옆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인지, 기차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지, 인연을 만나게 될지, 그게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이건 혹은 이성이건, 보통 재미난 일에는 사람이 함께해야 더욱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평상시 창가 자리를 선호하지만 요즘에는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좌석을 선택하곤 한다. 눈에 들어오는 좌석이 없어 개방감이 있긴 하지만 벽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개방감이긴 하다.
오늘은 기존에 예매한 자리도 뿌리치고 완전히 개방된 입석 탑승자를 위한 공간으로 향했다. 사람이 최대한 없는 입석 공간을 찾던 중 아무도 없는 곳이 마침 있었고 자리에 앉아 벽에 기댄 채 멍하니 밖을 보았다.
재미난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한 어르신이 출구 쪽을 두리번거리시곤 나에게 말씀을 건네셨다.
“여기로 내리면 되는 거예요?”
어르신은 가방을 메고 계셨다.
가방에 반찬을 가득 담으시곤 집까지 오셨던 할머니.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며 어르신의 가방에는 어떤 게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 열차가 낯선 듯한 어르신의 모습에서 기차를 잘못 타셨다는 게 느껴졌다.
“청량리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기차는 잠시 멈춘 상태였고 이어서 방송이 나왔다.
“안전을 위해 앞차와의.... ”
“어디로 가시는데요?“
”상봉역”
“선생님 이거 일반 열차 아니고 춘천으로 가는 열차인데 기차 잘못 타신 거 같아요.“
“저기 청량리역이라고 나오는데 이거 경의중앙선 아닌가 보네, 어쩐지 열차가 다르더라고”
“곧 청량리역에 도착할 것 같기는 한데.. 우선은 뒤에 앉으세요 선생님.“
어르신은 자리에 앉으셨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원래 검표원이 돌아다니면서 표 검사하거든요. 돈을 조금 내셔야 하셨을 텐데 다행히 검표원이 돌아다니진 않았나 보네요.“
”나는 경의중앙선인 줄 알고 탔지. 그게 아니었나 보네. 어쩐지 소리도 다르고 좋네.“
어르신은 엄지를 올리며 좋다는 표현을 더해주셨다
나는 어르신의 엄지에 웃음으로 답변을 드렸고 이 재미난 일이 생겼음에 대한 답변으로도 웃음을 지었다.
열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청량리역에 도착했고 어르신은 출구로 나가실 준비를 마치신 듯하다. 어르신은 나가시기 전 뒤를 보시고는 손을 들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조심히 가세요 선생님”
열차에서 나온 어르신은 경의중앙선을 찾아 두리번거리셨다. 이번엔 경의중앙선을 무사히 타실 수 있으실까. 혹시나 경의중앙선을 못 찾으신다면 나에게 질문을 건네신 것처럼 다른 분께도 여쭤보시며 목적지인 상봉역으로 가시지 않으셨을까.
눈이 내린다.
눈은 가득 쌓였고
내 마음에도 가득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