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내가 가는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지
퇴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각잡고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이제 내일이면 그동안 내가 준비해 온 것들을 결과로써 보여줄 1차 관문을 마주해야 할 때가 왔다.
1차 관문을 마주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고백을 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그동안 자만감에 빠져있었다. 자신감에 둘러싸여 1차 관문은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까놓고 보니 내가 가졌던 것은 자신감이 아닌 자만감이었다. 지금 준비하는 이 길이 굉장히 고된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만감이 넘쳤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반성해야만 했다.
1차 관문을 준비하는 여정 속에서의 내 모습은 마치 러닝 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것과 같았다. 열심히 뛰고는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열심히 뛰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지만 나아간 길은 0m... 이런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자 마치 엄청난 벽이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깨달았다.
"ㅎㅎ...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나는 아직 이 벽을 깨부술 수 있는 레벨의 사람이 아니었구나."
내일 오후가 지나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올해 초에만 해도 포부 넘치는 각오로 떠들어댔었던 내 목표는 아마 물거품으로 돌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이미 물거품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거품이 되어서 지금 기분이 어떻냐고?
당연히 ㅈ같지 뭘 물어보나 ㅎㅎ... 사실 지난 시간 동안 적잖이 좌절도 많이 했고, 방황도 많이 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글을 쓰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었다. 열심히 준비하느라 글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서 글을 쓸 수 없었다.
내가 선택했던 이 길이 헛된 선택이진 않았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 쯤이면... 지금 내 나이였다면 진작에 이뤘어야 할 인생의 큰 목표들을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나 혼자만 멈춰져 있음을 느낄 때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혹시 지금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왜 나는 아직도 이렇게 멈춰져 있는 걸까?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쳐져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제대로 세워서 일어서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왕 시작한 공부는 끝을 맺어야겠고, 퇴사는 포기할 수 없는 내 숙명과도 같으니 말이다.
지난 몇 달 동안의 여정은 아마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99.99% 이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래도 도전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닝 머신으로 뛰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진 못했지만 기초 체력은 다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험이 인생의 마지막 시험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기회는 주어질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내일이 지나고 나면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볼걸’이라는 깊은 후회가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가 더 중요하니 너무 오랜 시간 좌절하지는 않겠다.
넘어지더라도 일어서면 된다.
일어서서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눈물이 나면 그냥 울고 다시 웃을 일을 만들면 된다.
그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