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매운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점점 그 맛에 둔감해지고 더 매운맛을 찾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일에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을 계속하고 싶어지고 처음 느꼈던 좋은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강도를 점점 더 높이게 된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타이머를 켜고 생활하는 습관을 들인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이제 식사를 준비할 때, 책을 펼 때, 운동을 할 때, 일을 시작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타이머를 켜고 시간을 잰다. 매일 밤 내가 오늘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명확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잠에 든다.
이렇게 시간 개념이 정확해지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자 하루를 좀 더 길게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지는데 그것들을 모두 해내기엔 하루가 너무 짧았다. 어떻게 하면 같은 시간 내에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까?
답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중대한 문제들이 늘 그렇듯 이 문제에 대한 답 역시 어린아이도 쉽게 말할 수 있을정도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다양한 짐들로 꽉 찬 선반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먼저 쓸모없는 짐을 치우고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양옆으로 밀어내 짐들 사이의 공간을 좁히거나 짐의 부피를 줄이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루 24시간이라는 선반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매일의 일과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사이사이 낭비되는 빈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내가 이미 일과와 다음 일과 사이의 빈 공간이나 쓸모없는 시간은 줄일 만큼 줄인 상태라는 것이었다. 준비 시간 줄이기, SNS 시간제한, OTT 구독 해지 등 그동안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쓸모없는 시간을 줄이는 여러 가지 습관을 만들어왔다.
우선 각 일과의 소요시간을 5분에서 10분씩만 줄여보기로 했다. 하나의 일과에서 10분씩만 줄여도 하루 1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일 것 같았다. 샤워 및 머리를 말리는 시간 1시간을 50분으로, 밥 먹는 시간 1시간 30분을 1시간 20분으로 줄였다.
다음에 해야 할 일과가 마치 데드라인이 코앞에 닥친긴박한 상황인 것처럼,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하기 전 머뭇거리거나 딴짓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주 조금씩만 행동을 빠르게 하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이자 나 자신이 그동안 너무 나른하게 생활해 왔던 것처럼 느껴졌다.
하던 일을 건너뛰거나 대충 하는 것과는 달랐다. 하루라는 선반 위에 있던 짐을 압축팩에 넣고 압축해 공기를 빼고 부피를 줄인 느낌이랄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그대로였다. 그저 부피가 줄고 밀도가 높아진 것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1시간이라는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새로 얻게 된 1시간을 나는 날마다 좀 더 긴 시간을 쓰고 싶은 일과에 사용하고 있다. 그전까진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고른 날이나 피아노 연습을 조금 더 하고 싶은 날에도 다음 일과 때문에 시간을 맘껏 쓰지 못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아무리 두꺼운 책이어도 잠들기 전에 모두 읽을 수 있고, 피아노 연습하는 곡을 몇 마디 더 쳐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