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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Jul 18. 2022

텃밭마트 원플러스원 행사 다녀왔어요.

엄마 손맛 가득한 고구마 줄기 볶음

텃밭마트 원플러스원 행사: 고구마 심으면, 고구마 줄기는 공짜


저희 집은 고구마를 좋아하는 입으로 가득합니다. 태생부터 고구마를 좋아하는 저와 아이들, 그리고 헬스에 빠진 후 맛있는 단백질이라며 고구마를 달고 사는 남편까지. 고구마를 사 먹는데 드는 지출이 꾸준합니다. 그래서 이번 농사에 꼭 심고 싶었던 농작물이 바로 고구마였습니다. 고구마에 드는 지출을 줄여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모종처럼 밭에 심는 고구마 순은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고, 100개씩 묶음으로 판매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작고 아담한 밭이지만 고구마를 100개나 심은 꼴이 되었습니다. 욕심인 걸 알면서, 남아서 버릴 일은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일단 저질러 보았죠. 그 결과 왕성하게 자란 고구마 줄기와 잎들은 저희 밭에 1/2을 차지할 정도로 무섭게 자랐습니다.


무성히 자란 고구마 줄기와 잎


뿌리채소인 고구마 수확만을 기대하며 심었는데, 고구마 잎과 순이 이렇게나 무성하게 자라 버렸습니다. 정리가 전혀 안 된 듯한, 덥수룩한 텃밭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엄마가 던진 한마디가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습니다.


"이거 고구마 줄기가 너무 많은데? 뜯어다가 볶아 먹어야겠네."


고구마 줄기 요리는 딱 하나 기억납니다. 둘째 임신했을 때였죠. 고구마 줄기 김치를 얻어다가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며칠을 고구마 줄기 김치만 먹었던 기억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 추억 속의 고구마 줄기가 생각해보니, 바로 이 녀석이더군요. 지금 텃밭에 넘쳐나는 이 녀석이요. 순간 한낱 쓰레기로만 보이던 고구마 줄기가 식재료로 환골탈태했습니다. 같은 상황을 어떤 지혜와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이렇게 달라지더군요.



중국산 말고, 텃밭산 고구마 줄기


엄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을 걷어붙이고 고구마 줄기를 하나씩 떼기 시작했습니다. 행여나 땅속 고구마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시며, 여러 개의 고구마에서 조금씩 줄기를 떼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줄기를 제외한 잎들을 떼어 밭의 토양에 비료로 남겨두셨지요. '더운데 고구마 잎은 집에서 떼면 안 되나?'라는 짧디짧은 생각을 하고 있던 저는 엄마의 지혜에 다시 한번 겸손해졌습니다. 고구마 잎은 집으로 가져가면 쓰레기이고, 밭에 두고 가면 토양의 비료로 쓰일 수 있는데, 그저 제 몸의 편안함만 생각하려 했으니까요. 가방끈은 제가 길지만, 지혜로움은 아직 엄마의 연륜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고구마 줄기를 따고, 고구마 잎을 떼는라 바쁜 엄마의 손



엄마 손맛 가득한 고구마 줄기 볶음


집으로 가져온 고구마 줄기에서 가장 먼저 고구마 줄기 껍질을 수작업으로 떼어냅니다. 그래야 고구마 줄기 요리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과정을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고구마 줄기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임을 깨닫고 꽤나 놀랐지요. 행여나 손톱에 번쩍번쩍 네일아트를 치장했다면, 엄두도 못 낼 작업입니다. 반대로 엄마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듯 느긋하게 앉아서 하나하나 떼어내셨고, 생각보다 금방 작업을 마치셨습니다. 손톱에 끼는 흙 따위야 개의치 않으시더군요.


텃밭산 고구마 줄기(왼쪽)와 줄기의 껍질을 떼는 엄마의 까만 손 (오른쪽)


그다음으로 고구마 줄기를 식용유에 볶다가 물, 참치액, 간장, 다진 마늘, 마지막으로 텃밭에서 가져온 매콤한 고추를 넣어서 자작하게 끓입니다. 푹 익혀서 고구마 줄기가 질기지 않도록 조리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렇게 맛본 고구마 줄기 볶음은 멋스럽지는 않지만 채소 반찬으로 딱 적당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밥상에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밥상을 더욱 빛나도록 만들어주는 밑반찬 역할을 하기에 제격이었죠. 더구나 오랜만에 먹어보는 엄마 손맛 가득한 반찬이기에, 제게는 어디 하나 나무랄 거 없는 일품요리였습니다.


고구마 줄기 볶음 조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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