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74 첫째
평화로운 저녁시간,
딸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나는 거실 테이블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뿡!
정적을 깨뜨리는 지저분한 소리. 아... 아무래도 너무 힘을 줬나보다.
조용히 책을 읽던 첫째가 입꼬리를 실룩이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열심히 키보드만 두드리자 참다 못한 첫째가 외쳤다.
“아빠!”
“왜?”
“방귀꼈지!”
확신에 찬 첫째의 목소리...
이런 때 일수록 당황해서는 안 된다. 더욱 뻔뻔하게 나가야 하는 법이다.
“아니? 안 꼈는데?”
“거짓말! 내가 들었는데?”
“아니야, 방귀 뀐 게 아니라 그냥 조금 샌 거야.”
능청스런 나의 변명에 딸은 펄쩍 뛰며 반문했다.
“아니!! 그게 뭐가 달라!!”
“뀐 건 힘을 준거고 샌 건 그냥 나온 거지. 완전히 다른 거야.”
기가 막히는 대답에 아이는 말문이 막혔다.
나의 승리다.
눈앞에서 뀐 방귀도 없던 일로 만드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첫째가 생각을 마쳤는지 똑부러지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 진짜! 아빠, 들어봐. 방귀는 가죽이 떨리면서 나는 소리야. 아빠는 뿡! 하고 소리가 났지. 그건 샌 게 아니라 뀐 거야. 알겠어? 어서 사과해!
ㅋㅋㅋ
이렇게까지 진지할 일인가;; 더 이상 우길 수가 없다.
“미안해 딸. 아빠가 꼈어;;;”
나는 40이 다 되어서야,
뀐 것과 샌 것의 정의를 확실히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