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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석담
Oct 14. 2024
응답하라 1985
2. 입학
학력고사 성적이 발표되고 난 후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진작에 학과는 정해 두었으나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나는 부산의 P대학, 대구의 K대학, 서울의 K대학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에 힘입어 서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집안 사정이나 부모님의 노고
따위는
나의 안중에도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부산의 P대학에 가라고 종용했지만 나는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마침내
선생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
더니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 했다.
집으로 돌아간 나는 어머니께 쇠뇌하듯
선생님이 물어보면 무조건 서울로 보내달라고
말하라며
거의 반강제적으로 부탁했다.
마침내 나는 서울에 입성했다.
서울에 도착해서 하숙집을 구할 때까지 삼촌댁에서 기거하기로 했다.
삼촌집은
성동구의
응봉동
에 있었는데 지금은 재개발되어 비싼 아파트들로 즐비하지만 그 당시에는 언덕배기의 달동네 같았다.
삼촌, 숙모가 잘해 주셨고 사촌 동생들도 살갑게 대해 주었지만 이미 머리가 굵을 대로
커진
나는 빨리 하숙집을 얻어 나가려고
애썼다.
1985년 3월 4일.
나는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샤워를 하고 최대한 서울 사람처럼 보이는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전날 밤에 늦은 눈이 내려 언덕배기 비탈길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나는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걸 깜박하고 신나게 입학식을 가기 위해 달렸다.
내가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는
하얗게 쌓인 눈더미가 보였다.
나는 '아뿔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순간 나의 몸은 무게 중심을 잃고 눈길에 미끄러지며 콘크리트 계단에 마찰을
일으키며
길가에 뿌려놓은 연탄재 샤워를 하며 멈췄다.
청바지를 입었는데 무릎은 닳아 피가 배어 나왔고 손바닥에도 하얀 연탄재가 묻은 채 빨간 핏빛을 띠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서둘러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왔다.
내 머릿속에는 문득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지금도 입학식을 생각하면 눈길에 미끄러졌던 기억이 먼저 난다.
입학식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학교 옆에 있는 낡은 하숙집을 구해 독립했다.
하숙집 주인아주머니는 전형적인 서울사람으로 아주 지적으로 보이는 아줌마였다.
하숙방은 서너 평쯤 되어 보이는 오래된 창호지가 발린 문이 있는 방이었다.
창호지 넘어가
밖이라 생각하니 벌써 추운 겨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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