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여행지

같은 시간 속, 다른 삶

by 피카타임


월요일 거리의 무심함이란... 무심함을 넘어 난 그 거리가 뻔뻔하게 느껴진다.

일요일 내 마음에는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주말 동안 유독 신이 나거나, 행복하고 그에 비해 일상은 전쟁처럼 끔찍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이유도 모호한 감정의 습관 같은 일이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


일요일 저녁은 나만의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에게 우주선의 이미지는 외로움이자 깊은 고독이다.

'미래에 우주선을 탈 수 있다면'이란 가정이 늘 달가운 상상은 아니었다.

드넓은 우주 속에서 오로지 우주선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인간에게 그 공간은 절박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또한 눈으로 실감하는 우주의 규모 속에 한없이 미미 해지는 나의 존재를 바라보며 모든 기가 다 눌려버릴 것 같다.

게다가 생명체가 아무것도 없다니... 상상만으로도 외로워 죽을 일이다.

일요일의 나의 이 모든 부정적 감정은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데서 온다.


주말은 내가 '멈추고, 가고'를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시간은 게 통제권을 주지 않는다.
주중에 나의 일상들은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간다.

익숙한 듯 편안해 보이지만 그 시간들은 내가 원할 때 자유롭게 벗어날 수 없다는 위협을 늘 가한다.

출근과 퇴근, 근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재생 시간, 그리고 반복적으로 처리되어야 하는 가사.

당장 그것들을 멈출 자유도, 쉬었다 살아갈 자유도 없이 월요일을 살았으면 곧 죽어도 화요일도 같은 패턴으로 살아야 하는 게 주중의 일상이다.

어딘가 특정 장소에 나를 가둔 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가 같은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뱅글뱅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크게 비약하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월요일과 만날 때가 있다.
여행지라고 요일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질 순 없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나의 감정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감정에도 어느덧 습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면 얼른 나는 월요일이 나의 통제권 안에 들어와 있음을 내 마음에 상기시킨다.

그것은 일상을 떠난 나에게 큰 쾌감을 준다.


카페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그 나라 사람들의 분주한 출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라와 문화를 꼼짝없이 하나로 섞는 월요일 출근 풍경.

그들도 다를 바가 없는 그 풍경이야 말로 여행지의 어떤 이색적인 풍경보다 흥미롭다.


사람들을 어딘가로 다 밀어 넣어둔 한낮의 여행지는 한적하다.

호텔에 다시 들어와 휴식하는 동안 요일과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다.

마치 땅의 경계를 나뭇가지로 그어뒀다가 손바닥으로 쓸어버리듯 이젠 더 이상 요일이 중요하지가 않다.

그렇듯 어슬렁거리며 여행지에서 월요일을 낭비한다.

어떤 절약보다도 유익하고, 후회 없는 낭비가 월요일을 꽉 채운다.



월요일은 금방 저물었다.

어느덧 아침에 내 눈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인파들이 다시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거리로 쏟아진다.

그들과 나는 요일만 같았지 오늘 하루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았다. 상대성 이론을 장황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시간이 나의 시간보다 3배쯤 길었을 것 같다. 반면 나의 시간은 그들보다 1/3배쯤 짧았을 것 같다.


그들과 내가 저녁시간에 찾는 장소는 비슷하다.

야시장은 인산인해다. 현지인에게 그곳은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피로를 풀어주고 주린 배를 채워주며 내일의 일상에 다시금 갇힐 에너지원을 공급해주는 곳이지만,

난 그들이 사는 모습을 또 한 발짝 떨어져 구경하러 그곳을 찾는다. 그들이 무얼 먹어 힘을 얻는지, 하루 일과를 마친 모습은 어떤지, 하루를 푹 잘 쉰 내게 그곳의 풍경은 그저 또 다른 유희 거리이다.

여행은 이렇듯 같은 장소와 시간에서 사람을 큰 차이로 나눈다.
일요병인지, 월요병인지 지긋지긋한 그 요일병에서 나를 해방시켜준다.
할 수만 있다면 월요일에 여행을 하고 싶다.
어떤 날씨라도 난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산다는 그 자유를 아로새겨 누릴 것이다.
여행지에서 난 월요일이 싫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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