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슬픔은 어찌하여 유동적이지 못한가. 그 우는 얼굴, 당장이라도 뻗어나가 안아주고 싶은데, 나는 널 보는데도 너는 나와시선이 맞지 못해서 그 자체로 어긋나 나도 함께 쓸쓸해져버린다. 문득, 가려워하는 얼굴에도 활짝 보답하는 네 생각만해도 행복했던 하루다. 그저 그거 뿐이다.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바로 내 옆에있는 파리가 문제였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면 동시에 그것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무언가를 배웠다고 확신하기에는, 막상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연을 향해 뻗어나가면서 리듬을 만들던 멋진 모습들을 지켜본 것 뿐이고, 꽃님들의 약속에 배웅하는 일이었다.
옆에 있던 파리의 리듬마저 나름대로 불규칙한 것이므로 일단 기록을 한다. 굉장한 예술이나 철학, 과학의 진정한 근원지의 원천에서 천천히 물을 음미해보고 싶었다. 시간 속에서 멈춰 흐르던 기운, 그 찰나의 기운을 만나 배웅했다. 종이에, 날짜를 기록하고 앞으로 나아갈 자유의 바람에 키스했다.
내 귀와 눈은 막혀있다. 보고자해도 볼 수 없는 곳. 정작 진정으로 슬퍼졌을 때, 되려 꼭꼭 숨어왔던 슬픔마저 터지는 법인데도 울지 못해 매정하다. 알고 있었지만, "음, 동의했어요?" "그건 몰라요." "그럼 의미가 있나요?" "그것도 모르겠군요." 라면서도 정작 그들은 한데 뭉쳐 쓰러져, 꾹꾹 마음까지 눌러담아야 했다.
그것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간에 천천히, 깊게 음미하며 책임을 한 데 모아 꾹꾹 눌러담아 전달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음에도, 도대체 이 흙덩이를 어떻게 해야 예술적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나를 깨워줬던 그때의 너를 만나고 싶지만, 지금 나오면 안개바람에 휩쓸려갈 것 같아 부르지도 못한다. 내가 할 일은 되려 내 안에서 소용돌이를 예고하는 것 뿐인데도, 정작 내가 찾는 이가 없어서 무엇도 비어있었다.
그렇게 옆에 있는 사람조차 보지 못한채로 흘러가면서 서로 짧게나마 시선 스치던 그때가 그리운, 그러나 책이라도 천천히 읽어보면서 뭐라도 해보겠다던, 그런 시도로서 모든 것을 마음에 품고 조각하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