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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27. 2024

야간분만


더듬이가 부러진 날벌레들이 질주하는

아스팔트는 물결치고 있었다

여기까지 곧장 이어지는 신호의 대열을 빠져나와

도망치는 데 성공한 것은

날벌레 잔해뿐이 아니다


공기에는 타르와 고무 타는 냄새가 섞여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지만

수긍하는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 뒷걸음질 칠수록

점점 더 수많은 잔해가 와이퍼에 닿았고 


택시기사와 메타세쿼이아 기둥은 끝에서 만났다

언제까지나 뿌리 박혀 있는 듯 

창백한 빛의 포옹 속

환한 터널 밖으로 경적 소리가 아득해질 무렵

서로의 가슴에 주소를 붙인다


'사물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처음부터 다 지켜본 사람처럼 신속히 정리를 마친 남자는

현장 보존용 스프레이를 흔들어

뭉툭한 경계를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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