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응시했다
자연에 대한 감상과 자연은 무관하다
풀은 쓰러졌다
뒤에서 솟아난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가려
가시에 찔려 아침마다 짙은 안개에 눌려
무거운 정오의 열기에 늘어난 체중을 못 견디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색 바랜 풀잎에 관한
내 관찰은 변함없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음지 한편에 움튼 버섯을 본다
태초부터 품었던 공기 입자처럼 가볍고 진지한
죽음이 한적한 무게로 자리 잡는다
깊숙이 뿌리를 머리부터 사로잡는다
문득 나는 부른다
세포 분열 이전부터 선취한
분해될 수 없는 삶과 죽음을
흙속에 간직해 두었던 말들과
단조롭게 계속되는 속삭임과 비명 소리를
나는 듣는다
왕성한 번식력은 아니다
역사의 크고 작은 대량학살
그 모든 자양분을 흡수했다 해도
버섯 하나 키워낼 수 없었다
문득 나는 도취된다
향기를 눈치 채도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