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으로 흩뿌려진 빗방울
와이퍼의 기계적인 왕복운동
교차로에서 하늘로 곧장 솟아난 빌딩과
반쯤 지워진 차선 위로 흘러가는 아스팔트
나는 생각한다
모든 시의 주제는 여름도 아니고 비도 아니고 창밖으로 빗겨나간 것들의 예감인 것을
모기는 늘 손뼉 소리와 함께 곤죽이 되거나 장방형 타일 표면에 최대한 납작하게 붙어서 나타난다
그것이 모기가 아니면 나는 가벼운 아픔을 참는 중이다
모기는 날아갔고 손바닥에는 불쾌하고 막연한 예감이 남아 흐른다
떨어진 물줄기로 미끄러운 버스 안
흔들리는 손잡이
미끄러지는 쪽으로 젖는 손바닥
나는 쓰고 또 쓴다
창백한 쪽으로 기우는 승객들의 얼굴 위에
차가운 유리창에 귀를 대고
가만히 웅성이는 도시를 채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