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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질서 변동의 주원인

by 유니치 Oct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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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

제국의 흥망성쇠는 마치 자연현상처럼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왜 제국들은 흥망성쇠를 반복하는가? 무엇이 제국의 운명을 결정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그동안 세계질서의 변화는 주로 강대국들 간의 불균등한 성장과 군사력 변화가 유발하는 전쟁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돼 왔다. 역사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요인들 중에는 전염병과 같은 자연현상도 있었다. 21세기 초 세계질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하마스) 전쟁이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 강대국 간의 불균형 성장     

      

어떤 국가는 부상하고, 어떤 국가가 쇠퇴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법칙이다. 오늘날 미국의 쇠락, 중국의 굴기와 같이 국가 간의 힘의 불균형 성장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초래한다.

    

패권국과 신흥 도전국 간에 국력 성장의 속도가 차이 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패권을 운용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패권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국제기구 설립·운영, 해외 주둔군 운용, 동맹·우방 관리, 분쟁지역 관리, 해외 협력자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경찰국가 역할에 들어가는 군사비용은 패권국이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한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선도기술 혁신이 경제성장과 국제질서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와 패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불안감은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미국인들은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로보틱스 등과 같은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줘 더 늦기 전에 저지하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영역에서 중국의 도전은 미국의 방위생산 능력을 감소시키면서 산업기반과 국가안보, 경제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동안의 패권 이동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은 혁신이다. 오늘날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기술패권 경쟁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표준을 장악하는 국가가 21세기의 패권국이 된다는 것이다.     


□ 전쟁          


고대 중국의 손무는 『손자병법』의 첫 문장에서 “병사(兵事: 전쟁)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사람의 죽음과 삶이 결정되고, 나라의 흥망이 결판나는 것이므로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그동안 세계질서의 변화는 주로 전쟁으로 발생했다.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가 패권국이 되었다. 전쟁 실행 능력의 기초는 의심의 여지없이 경제력이었다. 각국은 특정 기술을 토대로 부를 축적하고, 이를 군사력 경쟁에 이용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중 간에도 전쟁을 통해 세력이 전이될 것인가?


과거 전통시대에는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미국도 19세기는 물론 20세기에도 전쟁을 통한 정복, 식민지배, 영토확장, 무력개입·간섭을 지속해 왔다. 이라크·아프간·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전쟁에서 보듯 21세기에도 전쟁은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세계 최강인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3차 대전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다. 현 시대의 전쟁은 단지 죽음과 파괴, 때로 대량학살을 수반할 뿐 아무런 대가도,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인간의 공허한 노력일 뿐이다.     


20세기 일본, 독일, 소련, 이탈리아 등 지역 패권을 추구한 강대국들의 전쟁은 예외 없이 재앙적인 패전을 경험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치른 여섯 번의 전쟁, 즉 이라크·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그리고 리비아 전쟁은 결과적으로 미국과 미국 패권의 몰락을 초래한 주요인이었다.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강대국 간에 무력을 수반한 전면전은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중 간의 미래 전쟁은 사이버· 우주전이 될 것이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전쟁의 승패는 누가 먼저 상대방의 우주 인공위성과 정보통신망을 해킹이나 파괴·조작 등으로 무력화하는 가에 달려 있다.      

     

□ 전염병 등 운명의 여신           


인류 역사는 인간의 이성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복하는 역사의 순환 속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툭툭 튀어나왔다. 인류의 역사 발전은 일면 자연 극복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인간은 전염병 창궐에 속수무책이었다. 헤로도토스, E.H. 카 등 저명한 역사가들도 역사의 흐름에 변화를 준 자연현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류의 문명은 물론 세계질서의 흐름은 전염병을 포함한 자연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 전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역병의 대유행 (pandemic) 이었다. 그리스 아테네와 로마 제국, 몽골 제국의 멸망도 전염병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중세 봉건사회의 붕괴와 종교개혁의 촉진제도 전염병이었다.     


세계적으로 여행이 자유롭고 교역이 활발해지자 전염병이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무려 5천만 명이 사망했다. 100년 후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빠른 시간 내에 전 세계로 확산, 지구촌은 2차 대전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팬데믹은 쇠락한 미국의 민낯과 치부를 드러내면서 미국 패권의 중국으로의 이동을 가속화했다. 첨단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전염병은 국제질서 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역사 물길을 바꾸고 있다. 


□ 지식정보기술: 세계인들의 정치적 각성           

  

그동안 인류 역사와 국제질서 변화의 큰 변수는 강대국 간의 불균형 성장과 기술혁신, 전쟁, 전염병이었다. 이제 우리가 주목할 변수가 하나 더해졌다. 그것은 역사의 주인인 인류의 지적 수준과 정치적 의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종이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전, 인터넷 혁명 등 지식정보기술은 세상을 바꾸어 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지역 간 거리를 없애고, 한 지역에서 발생한 일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지식을 대량 생산·전파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어진 것이 세계인들의 정치적 각성을 촉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1988년 서울올림픽은 세계에 남북한의 체제와 국력의 차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1년 후 동유럽에서의 변화는 냉전의 붕괴를 가져온 세기적 사건이었다. 1989년 동유럽에서는 체코의 ‘벨뱃 혁명’과 동독 붕괴, 독일 통일, 동구권 국가들의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과 소련 붕괴 등이 이루어졌다.     


2011년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미국 패권 구조) 폭로 후 중동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결과적으로 중동의 정치 변화와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했다. 재스민 혁명은 독재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들이 힘을 합쳐 저항해 세상을 바꾼 중동 최초의 사건이었다.     


2017년 한국의 촛불혁명 성공은 세계 제1의 인터넷 강국에서 깨어난 민주시민들이 이루어낸 쾌거였다. 당시 혼란한 정국에서 시도된 군부의 쿠데타 모의가 불발된 것은 워싱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촛불혁명의 성공은 최고 권력인 워싱턴의 영향력보다 한국인들의 민주시민 의식과 주권·주인 의식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반증했다.     


정보화 혁명의 영향은 미중 패권전쟁에도 미치고 있다. 2023년 이후 미중 패권전쟁은 체제·이념과 역사와 문화·전통이 다른 서구 대 비서구로 편이 갈라지며 문명충돌로 가는 분위기다. 지구촌 사람들은 어느 나라 시스템이 국내에서 성과를 더 내고, 대외정책에서도 더 합리적이고 정당한지 비교하고 평가한다.


세계인의 마음(心)을 잡지 못하는 매력 없는 강대국, 대외 부정의를 일삼는 강대국이 설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힘이 곧 패권인 시대가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G1의 힘과 더불어 지구촌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의식 수준이 국제질서의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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