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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사콜라 Sep 26. 2022

내 삶에서의 3주

마무리는 더 이상 멋지지 않다

퇴사 까지는 이제 2주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다.

몇 차례 일정이 조정되었고 결국은 퇴사를 말하고 회사를 떠나기까지 2달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나간 1주와 남은 2주의 지금 시점에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정리하고 있는가?


내 삶에서 지금의 시간은 정말 낯설고 어색하다. 


애초에 호기롭게 이야기한 퇴사의 고지도, 

남은 기간 최선의 마무리를 위해 평상시 못지않게 최선을 다한 업무 처리도, 

아직도 남아있는 인수인계와 더 마무리해야 할 남아있는 업무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일말의 불안감 등등, 

내 삶에서의 지금의 3주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는 않는다.


마음껏 시간을 형유하고 하고 싶던 모든 일들 그리고 멋진 마무리,,

세상에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퇴사의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일정은 지지 부진하게 늘어지고, 일의 머무리는 또한 늦어지는,

칼로 물베듯 단칼에 경계를 만들어 이 세상에서 발을 빼고 다은 세상으로 넘어가는 

그런 일들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제 남은 2주간의 기간을 잘 마무리하고 퇴사 이후의 시간이 다가오면 

무언가 또 달라질 것을 기대 하지만, 그역 시도 사실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온전한 휴식과 자유, 그리고 장밋빛 미래가 내게 바로 펼쳐지지는 않을 테니까.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삶으로의 변화, 그런 건 환상일 것이다.

퇴사라는 개인과 내 가족에게 그 큰 결정을 한 부분 또한 

결국은 삶을 그리 드라마틱하게 바꾸거나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은 더 크고, 나와 내 주변의 사람으로 얽혀 있는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결정조차도 나를 극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퇴사 이후, 잠깐의 휴식이 끝나면 나는 또 다른 새로운 일을 찾고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삶은 또 그런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180도는 아니어도 최소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도 쉽지는 않을 테니,


고속도로를 운전해 가다가 길을 빠져나와 좁고 구불구불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에 들어서 새로운 경험과 삶을 꿈꾸게 될지, 

다시 편하고 빠른 그 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를 찾아 헤매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인생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그 길이 이미 정해진 것인지, 

내가 내 인생의 경로를 바꿀 수는 있는 것인지, 앞으로도 많은 고민 들이 계속될 것이다. 


누군가는 퇴사 후 더 넓은 세상이 새롭게 펼쳐졌다고 하고, 

왜 진작 이런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후회된다고도 한다.

누군가는 역시 돌고 돌아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의 퇴사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세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며 호기롭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결정을 한 것은 아닐 테니,

나 또한 과거의 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한때 젊은 시절 갖고 있던 내 나름의 삶의 태도가 여전히 유효하기를 믿으며, 

지금의 시기 또한 후회가 남지 않기를 가슴속에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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