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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Sep 26. 2023

아빠! 아빠는 왜 "쭈쭈"가 있어?

둘째 아이가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다. 첫째는 "유추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한다면 둘째는 "질문"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던 것 같다. 첫째는 그림의 전체를 보는 데 익숙하다면 둘째는 그림의 디테일한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차이는 책을 읽어줄 때도 드러났다. 첫째는 한 권의 책을 읽어 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 한 권을 빨리 읽고 다른 한 권을 또 읽고 싶어 했다. 반면에 둘째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멈춰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때로 읽던 페이지를 펴놓은 채로 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있는 다른 책을 찾아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특징들은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고 타고난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두 성향 중에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거나, 어느 것이 더 낫고 어느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는 그 아이가 가진 성향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 아이 때부터 셋째 아이까지 그리고 그 세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 아이들을 씻기는 일은 주로 아빠인 내가 맡았다. 많은 아빠들이 그렇듯이 아이들을 씻기며 대화를 하고 함께 노는 일은, 아빠인 나에게도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세탁기까지 들어가 있는 작은 빌라의 좁은 화장실에서 우리 넷이 함께 물놀이를 할 때는 세탁기 통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첫째가 들어가서 놀았다. 둘째와 셋째는 지름이 내 한 팔 정도 되는 대야에 둘 다 들어가서 놀았다. 목욕탕도 없고 뜨거운 물도 충분하지 않던 인도에서는 장독처럼 생긴 플라스틱 통들을 높이별로 사서 물을 받아 놀 곤 했다. 그러다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오면 워터파크를 빠지지 않고 들렸다.  뒤돌아보면 이제 장성한 세 아이들과 내가 여전히 친밀한 데는 물이 큰 매개체 역할을 한 것 같다. 이런 물놀이 중에 둘째는 종종 질문을 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셋째 아이가 엄마 젖을 먹을 때니까 둘째는 세 살 정도 됐을 것 같다. 그날도 좁은 화장실에서 함께 씻고 있는 데 둘째가 물었다. 


"아빠! 아빠는 왜 '쭈쭈'가 있어?" 


그 질문이 귀엽고 재밌어서 나는 웃었다. 엄마는 쭈쭈로 아기한테 젖을 주는 데 아빠는 젖도 안 주면서 왜 쭈쭈를 가지로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진 젖꼭지는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두 손으로 두 쭈쭈를 가리며 말했다. 


"이상하지?"

"응!"

"그래서 있는 거야. 가슴에 쭈쭈가 없으면 이상하니까 쭈쭈가 있는 거야!"


기능적으로만 쭈쭈를 이해하는 둘째에게 미학적인 이유를 말해준 것이다. 둘째는 '기능, ' '미학' 이런 단어들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아빠도 쭈쭈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그즈음 어느 날에도 둘째는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때 나는 의도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발가벗고 씻었는데 아이들이 신체의 차이와 변화를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 둘째는 이렇게 물었다.


"아빠! 아빠랑 오빠는 '꼬추'가 있는데 왜 나는 없어?"


어떤 아이들은 '남자는 꼬추가 있고 여자는 꼬추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말 수도 있지만 둘째는 왜 그런지 가 궁금했던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는 성에 대해서 물은 것이 아니고 신체의 차이에 대해서 물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손으로 꼬추를 가리며 말해줬다.


"이렇게 꼬추가 없으면 남자랑 여자랑 구별할 수 없잖아, 그래서 남자들은 꼬추가 있는 거야!"


그 후로 시간이 10년 이상이 흘러서 세 아이가 각각 9학년, 7학년 그리고 5학년일 때 성교육을 시킨 적이 있다. 이때는 성의 차이만이 아니라 성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하지만 세 살의 둘째에게는 위에처럼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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