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의 시작
단순한 식사를 넘어,
나 자신을 다시 찾고,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는 여정의 시작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은 없지만, 묘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나는 12년차 전업주부다. 나의 하루는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은 기본이고 내가 맡은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미뤄둔 채, 내가 해야하는 일만 계속하며 살아왔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텅 빈 집을 보면 문득 쓸쓸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감정을 무시했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남편도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데 내가 뭘 더 바랄까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들의 식사를 차리다가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전업주부로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쌓여갔다. 가족들에게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화를 낸다는 것에서 죄책감 느끼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씩씩거리며 주방에 서 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나야. 나. 여기..."
"나 좀 봐줄래?"
그랬다.
사실은 나도 나 자신을 돌보고 싶었다. 가족들만 챙기지 말고 나도 챙기고 싶었다.
그 시작은 점심식사 시간이다. 아이가 먹고 남은 음식을 쑤셔넣지 않았다. 단순하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만큼 준비했다. 좋아하는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준비한 점심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눈으로 충분히 감상한 뒤 천천히 한 숟가락을 뜨고 꼭꼭 씹어보았다. 내가 나를 대접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내 몸과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풀리기 시작했고, 불끈불끈 올라오던 화도 점점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음식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를 위한 점심시간은 마법의 한 끼가 되었다. 이 일이 때로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절실했다.
이제는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