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소설 The Bankers_A Banker's wife
“알고 보니 지독한 사랑고백이었어.”
글쓰기를 마지막으로 배운 것이 언제였을까요. 아마도 대학 신입생 때 교양수업에서 글쓰기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대입을 앞두고 말로만 듣던 ‘대치동 강사’에게 논술을 한 달간 배웠었지요. 벌써 십오 년도 더 지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선생님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그때의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이후 저의 글쓰기는 논문 등의 딱딱한 종류였습니다.
그런 제가 소설 쓰기에 도전하다니요. 저도 몰랐답니다. 소설 연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몰랐기에 용감하고 해맑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한 회의 분량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 소설 속에는 어떤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인터넷과 책을 뒤적이며 하나씩 배우고 나름의 기준을 세웠었답니다. 이제 열다섯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열여섯 번째의 순서에 에필로그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고작 열다섯 개를 기록하면서도 혼자서 얼마나 끙끙거렸던지요.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야기를 하나씩 들여다보았습니다. 옆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힐끗 쳐다보면서, ‘이 상황에서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동료들과는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라고 헤아려보려 했습니다. 남편이 던진 말 한마디를 붙잡고 살을 덧대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지요. ‘아, 나는 지금 고백을 하고 있구나. 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구나. 사랑한다고 절절히 말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이 소설, 연애소설이야. 나는 당신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고.’
그는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저 하던 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를 일기인 듯 소설인 듯 그렇게, 하나씩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소설 쓰기는 때로는 자유로운 도피처였고 때로는 가슴 답답한 부담이기도 했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해낸 이 이야기가 그래도 제 마음에는 꽤 듭니다. 제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부디 저의 오랜 친구인 남편에게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평범한 일상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