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
달그락달그락 빈 그릇 소리가 났다.
따뜻한 국물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어도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다.
깨끗하게 비워서 말끔하게 설거지를 하고
그릇에 넘치고 넘치게 담아도
몇 숟가락 덜어내지 않았는데
달그락달그락 빈 그릇 소리가 났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소담하게 한가득 담아서
밥상 위에 한가득 차려 놓아도
달그락달그락 빈 그릇 소리가 났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빈 그릇이 하나씩 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넘치고 넘치게 담아도
달그락달그락 빈 소리가 나는 그릇이 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