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한서연, 윤승우, 그리고 이하진 가까이에서 산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아니 지금까지 소설을 쓸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단편소설집 어쩌면 우리>에 이어 두 번째 단편집이고 여덟 번째 소설입니다.
쓰다 보니 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편했습니다.
제 감정을 빼고 그 사람의 삶 속에 개입하지 않은 채 바라보는 입장에서 보이는 대로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삶 또한 이렇게 보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소소한 일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랐는데 어느새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버린 한서연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한서연은 저와 닮은 점도 있고 완전히 다른 점도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을 사는 여자 사람 중 하나입니다.
삶에 좋고 편한 길만 있는 건 아니란 건 알지만 삶은 생각지 못한 일이 닥치고 그 속에 휘몰아쳐 빠져나올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서연 역시 그랬습니다.
이하진이 흥얼거린 노래를 듣고 한서연은 흔들리고 설렜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왔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물론 이하진이 한서연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보인 것뿐입니다.
어쩌면 노래의 힘이겠지요.
듣는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에게는 삶을 흔드는 인생 곡이 되기도 합니다.
한서연은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윤승우를 놓을 수 없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어머니 덕분에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삶은, 특히 우리나라는 또 다른 여성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으로 묶인 관계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서연에게는 그런 아픈 일은 없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 한서연과 이하진의 이야기는 두 사람에게 맡겨 놓으려고 합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한서연이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으니 이하진이 손을 꼭 잡아줄 것입니다.
3년을 기다린 이하진의 사랑에도 응원을 보냅니다.
한서연의 오렌지빛 향기처럼 주황색 주단이 그들의 앞에 놓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