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니? 너는.. 9

노란 우산

by 봄비가을바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거리 불빛은 밝지만 빗소리가 불빛도 빨아 들어 어둑한 저녁 공기가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시준은 레지던트 막바지 연차에 접어들며 의사로서의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의 영역에 가까운 직업의식이 온몸을 짓눌렀다.

시시각각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 속에서 시간마저 무게를 달았다.

더디 가는 시간 안에 서 있는 시준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삶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어떨 때는 응급실에서 그냥 뛰쳐나가고 싶었다.



"아저씨, 버스 안 타요?"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시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응!?"

"아까부터 버스가 지나가는데 그냥 앉아있잖아요."

"응, 그냥 사람 구경하는 거야."

시준은 말해놓고 피식 웃음이 났다.

사람 구경이라면 질리도록 하는데, 그것도 온갖 삶의 군상을 말이다.

"아, 우리 엄마도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데.."

"응, 그렇구나. 어른들은 멍하니 있고 싶을 때가 있어. 엄마 기다리니?"

"아니요. 아빠 기다려요."

"그래. 아빠가 몇 번 버스를 타시는데?"

시준은 아직 많이 늦지 않았지만 아이 혼자 버스 정류장에 나오게 하는 부모가 조금 이해가 안 되었다.

"........"

시준은 아이의 대답이 없자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노란 우산만 남겨놓은 채 사라지고 없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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