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단편소설집 봄비 오는 날
20화
누구니? 너는..
에필로그
by
봄비가을바람
Jun 14. 2023
"아이들 기다릴 텐데, 오 부장은 퇴근 시간 다 돼서 꼭.."
혜윤은 지난주 금요일에도 오 부장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시운 아빠가 먼저 도착할 거야."
"다행이다. 예준 아빠한테도 얘기해 놨는데 모르겠다."
여운과 혜윤은 퇴근 시간 막바지인데도 여전히 꽉 막힌 도로를 택시로 가는 건 무리 같아서 지하철역으로 뛰었다.
저만치 유치원이 보이고 두 남자가 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새.., 그 자식, 이혼했대."
응!?, 어."
"바람, 맞바람이래.
너무 친절한 거지. 이 여자, 저 여자."
"나도 이 여자, 저 여자 중 하나였다."
"미안. 자기는 늘 진심이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그래서 와이프가 한 대 후려쳤대나 어쨌대나."
여운은 혜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끝이 뻔히 보이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내 전부인 양 왜 아팠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흘러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자식이랑 잘됐으면 시운이처럼 예쁜 아이는 없었겠지."
혜윤의 말에 여운은 눈을 흘겼다.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냐는 메시지를 담아서..
연애를 시작하며 서로를 <시운 엄마>, <시운 아빠>로 불렀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운>이라고 불렀고 <시운>이 세상에 나와 비로소 세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때 여운과 시준은 통곡과 오열을 뛰어넘는 울음으로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다는 전설이 병원에 내려오고 있다.
"시운 엄마!"
"아이들은?"
"아직, 이제 나올 거야."
"예준 아빠도 오셨어요!"
"아, 네."
"웬일이래."
혜윤과 준호의 살갑지 않은 대화가 오고 간 후,
준호가 시준의 팔을 끌었다.
"예준 아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야?
저 두 사람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는 거지?"
혜윤의 안테나 신호가 발동했다.
"시운 아빠, 의사니까 예준이가 좀 알아듣지 않을까요?
지금도 시운이보다 작은데 앞으로 안 크면 어떻게 해요.
물론 아빠가 많이 안 크니 큰 기대는 안 하지만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는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편식이 너무 심해요."
"그럼 이 방법은 어때요?
시운 엄마 방법인데, <볶음밥 왕국에 당근 왕자랑 피망 왕자랑.,,>"
"알아요. <볶음밥 왕국>. 예준 엄마한테 들었어요.
근데 전 목소리를 그렇게 못 하겠어요.
"
시준은 여운과 시운을 기다리며 생각과 삶이 많이 바뀌었다.
아빠로서 시운을 위해 여러 생각과 공부를 하며 전공을 소아과로 바꾸었다.
삶의 이동 방향까지 수정할 만큼 여운과 시운은 시준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아무래도 아직 한국에서는 엄마와의 요리는 평범한 일인데 아빠와의 요리는 특별하니 예준이한테도 먹힐 거예요."
"아, 어떡하냐. "
그때 유치원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아빠!"
시운이가 나오고.
"아빠!"
예준이가 나왔다.
"역시, 시운이 따라쟁이. 평소에는 엄마를 먼저 부르는데 시운이가 하니까 따라 하네."
혜윤의 말에 시준이 준호의 어깨를 툭 쳤다.
"예준아, 아빠하고 <볶음밥 왕국> 만들까?"
"정말 웬일이래."
혜윤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예준은 아빠 손을 잡고 신이 났다.
"아빠, 우리도 <볶음밥 왕국> 만들까?
"
시운이 집에 들어서자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럴까. 아빠하고 시운이하고 <볶음밥 왕국> 만들까요?"
"그럼, 두 사람 손부터 뽀득뽀득 깨끗하게 씻어요."
"네!"
그리고 두 사람은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여운은 두 사람이 벗어놓은 옷을 정리하며 소파에 사뿐히
앉아 무심코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현관 우산꽂이에 오래된 노란 우산 두 개가 장식품처럼 꽂혀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끝..
keyword
단편소설
아이
우산
Brunch Book
단편소설집 봄비 오는 날
18
누구니? 너는.. 9
19
누구니? 너는.. 10
20
누구니? 너는..
21
쌍둥이 별
22
기억을 사는 카페 1
단편소설집 봄비 오는 날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44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봄비가을바람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구독자
746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이전 19화
누구니? 너는.. 10
쌍둥이 별
다음 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