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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Apr 28. 2024

내 가슴 속의 "내면아이"를 찾아서

노이의 심리학교실 : 자기 분석을 위한 첫걸음

   '내면 아이'는 어린 시절 받은 상처 등으로 인해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로 있는 자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회상을 통하여 작고 크고 간에 '내면아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면아이는 자기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갑자기 나의 내면아이를 돌아보고 싶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너무 불안에 떨면서 힘들어하던 나의 우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것이 나의 '내면아이'라고 생각된다.


  당시 서울의 흑석동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는데, 우리 식구는 너무 많았고 아버지는 생계를 위하여 그야말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장사를 하셨다. 그중에서 아버지는 막내를 나를 '각하'라고 하시고매우 이뻐하셨다.


  아버지는 당시 동네 통장을 맡으시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무허가 직업소개소, 연탄가게, 쌀가게, 음식점, 자전거대여점 등을 수많은 장사를 하셨다. 그렇지만 안정적으로 돈을 번 사업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 번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생각되는데,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 어머니가 고함을 치고 울면서 어린 우리들을 흔들어 깨웠다.


  그 날 저녁에 삶에 지친 아버지는 너무 힘이 드셨는지 유서를 쓰시고 스스로 삶의 끈을 놓으시려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하셨다. 눈을 감고 감고 의식이 없는 아버지 입에서는 거품이 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혼비백산하며 울면서 아버지는 인사불성인 상태로 병원으로 모셨다. 지금도 어린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아버지가 노트에 쓰신 유서내용이 생각이 난다. 다행히 위세척을 하고 아버지는 회복하셨지만 그 뒤에 한번 더 그런 가슴 아픈 시도가 있었다.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나는 어렸지만 어머니가 울부짖으면서 우는 상황이 떠오랐다. 나는 영문도 잘 모르고 엄마를 따라서 불안에 떨면서 함께 우는 나의 가엾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6남매의 막내로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나는 그 사건으로 인해 그 뒤로 나는 항상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에 밖에 나갔다가 저녁에 귀가할 때마다 집에 계시는 아버지가 지난번과 같은 일로 이미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면서 진땀을 흘리면서 집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한 번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데 가난한 우리 집 대문의 백열등을 당시 장례를 알리는 조등으로 착각하고, 드디어 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하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과 충격으로 울면서 달려왔다가 조등이 아닌 붉은빛의 백열등임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안고 안심하며 대문으로 들어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아버지는 82세로 돌아가셨지만 막내로서 아버지에 의지를 많이 했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혼 전까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걱정과 불안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심리학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도 어린 시절의 나를 살펴보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의 공포와 불안 등이 원인이 되었는지 나는 성장하면서 안정감을 잃어버리고 특히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 당시에는 대인관계로 고통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위로해 주고 싶다.

"괜찮아!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막동이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어!"라고 말이다.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심리학에서의 내면아이 치료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면아이의 전체 치료과정은 다음의 4단계를 따라서 진행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외상에 다시 대면하기이다. 유년기의 외상에 대해 내담자와 치료사가 깊이 있는 대화와 회고를 통해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오래전에 겪었던 정서적 상실과 비탄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내담자에게는 의심 질문 목록이 주어질 수 있다. 이 목록에는 현재 내담자가 겪을 수 있는 정서적 고통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각각의 징후마다 가장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유년기의 외상적 경험들이 제안되어 있다. 예컨대 현재 내담자가 겪고 있는 섭식장애는 영아기 중에서도 구강기(oral stage) 시절에 겪었을 방임으로 인한 욕구 불충족 때문일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비탄의 과정 시작하기이다. 이때 치료사는 내담자가 유년기 시절의 고통을 재경험하도록 촉진한다. 그러나 이때는 어린아이로서가 아니라 성인으로서 동일한 외상적 사건을 다시 경험한다는 차이가 있다. 치료사는 내담자가 느끼는 비탄을 확증해 주고, 아직 너무 어렸던 내면아이가 해당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상처 입은(wounded) 처지에 놓였음을 깨닫게 한다. 이때 내담자는 편지 쓰기 활동을 시작한다. 먼저 성인으로서의 자아가 내면아이의 자아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이후 내면아이로서의 자아가 그 편지에 대해 답장하게 된다. 이때 내면아이의 편지는 내담자가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손으로 작성할 것이 권고한다고 한다.


  세 번째 단계는 내면아이 양육하기이다. 이제부터 내담자는 외상적 사건에 대해 새롭게 긍정적 서사(positive narratives)를 만들게 되며, 과거의 역기능적인 행동패턴을 깨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여러 내담자들이 형성한 자조집단(self-help group)에 참여하거나, 유년기에 겪지 못했던 경험들을 체험할 기회를 찾거나, 추가적인 지도적 상상 세션에 참여하거나, 유사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네 번째 단계는 원더 차일드 해방하기이다. 치료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내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내면아이와 만나서 대화하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내면아이의 진실된 느낌과 갈망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내면아이를 창의적인 '원더 차일드' 로서 해방시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네 단계의 과정을 살펴보면 트라우마치료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면아이 치료단계를 살펴본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이 많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한 번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너는 이제 잘하고 있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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