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창준 Mar 23. 2023

MARSHALL MAJOR 4

        

신은 금지와 샴쌍둥이다. 데칼코마니다.

용서는 오롯이 음악의 몫. 다른 사람의 노래를 

빌려서 부르는 것이 유행입니다. 

새로움은 힘들게 제작되므로 

차라리 그 편이 낫습니다.      

오늘 밤 듣고 있는 

죽은 가수가 남긴 목소리는 스키드 마크. 

길게 뻗은 야간의 고속도로 위에 그려진, 

비틀거리는 곡선처럼 그의 목소리만 살아서 

반복됩니다. 목소리 위에 

배가 갈라진 그의 삶이 착색됩니다.      

화이트 노이즈는 

죽은 자들의 노래에 따라붙어 

전주나 후주가 됩니다. 

죽음을 노래하는 종교가 있다면 

신실한 수도승이 되고 싶은 밤입니다. 

소리를 남기는 법을 알아냈던 자는 

이교도이거나 성자일 것입니다. 

다만 신들 대신 누군가 가벼운 죄들의 목록만 

자꾸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어떤 신도 자신의 목소리는 남기지 않았습니다. 

나는 쓸데 없이 선량해서 

단지 죽음을 섬기는 밤을 보내려 합니다. 

자신의 용서를 보여주기 위해 

죄를 만들어내는 느낌입니다. 

노이즈캔슬링이 필요하지만 없는 밤입니다.

이전 18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