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2주 앞두고 러닝패키지가 택배로 도착했다.
기록을 측정하는 칩이 들어있는 배번표와 티셔츠가 신기하다. 뿌리는 파스와 간식, 몇 가지 기념 굿즈, 그리고 책자가 들어 있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서 합정역과 양화대교를 지나 여의도공원에 도착. 안내된 10K 달리기 코스를 보니 심장이 뛰었다. 무릎이 성하지 않아 아직 10km를 뛰어보지 않은 남편도 신이 나 있었다.
'아침 여덟 시에 양화대교를 달리는 거야 우리가. 진짜 재밌겠다.'
책 마지막에는 해외 마라톤 여행상품 광고가 있었다. 짐작했다, 남편은 이미 해외 원정 달리기를 생각하고 있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이미 내년 홍콩 달리기 패키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돌아보니 우리 부부가 러닝이 처음은 아니었다.
'개장하기 전 놀이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동물들은 자고 있을까? 사육사들이 일하는 시간일까? 퍼레이드 준비를 할까?'
작년 이맘때, 가족 모두가 '에버랜드 런'으로 5.5km를 달려 본 적이 있었다. 디제잉이 있었고, 에버랜드의 주토피아, 로스트 밸리, 장미원을 따라 외부 도로를 달려 글로벌페어 광장으로 들어오는 코스였는데 특별하게도 비가 아주 많이 왔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제대로 달리지 못했던 그날의 러닝이 처음이었다. 아이들의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던 날. 러닝 후에 흠뻑 젖은 옷을 벗고는 에버랜드 안에 있는 스파브랜드에서 새 옷을 사서 갈아입었었다. 이후 비가 차츰 개어서 마라톤 참가자에게 제공된 자유이용권으로 해가 저문 뒤에도 한참을 에버랜드에 머물다 갔었다. 아이들이 좋아했었다.
1년 전, 초6 / 중2이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몇 번 조르면 같이 나와주긴 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중1 / 중3이 되었고 이제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하기가 어려운 대상이 되었다.
-자세, 주법을 제대로 배워서 부상 없이 오래 달리기
-가족이 함께 달리기
-24년의 단발성 체험이 아닌 평생 취미로 삼아 주기적으로 대회 참여하기
-해외 원정 달리기
바라는 것이 있다면 위 네 가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제야 10km를 겨우 달리고 있지만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