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분더 Jan 10. 2024

나의 구원은?









아름다움이 쌓여가고 있는 아침이었다. 눈을 뜨니 창밖에는 눈이 내렸다. 아름다움의 무게 때문인지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자꾸만 소파로, 침대로 몸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셔틀버스 덕분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겨우 밖으로 나왔다. 아이 배웅을 마치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샀다. 키오스크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우유 적게 넣고 싶은데'. 키오스크가 없던 시절에는 주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취향을 말하고 소소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연결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들을 요즘은 좀처럼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자주 가던 커피숍을 두고 바로 옆에 새로 생긴 가게로 가서 커피를 주문해도 단골가게 대한 미안함 같은 애정 어린 민망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새로 생긴 커피숍 키오스크에는 '우유 적게'를 선택할 수 있는표지판이 있었다. 이제는 키오스크가 얼마나 소비자의취향을 세심하게 담고 있는지에 따라 소비자의 마음이움직여질 것 같다.


그나저나 <나 인터뷰> 연재를 시작하고 벌써 마지막 회를 적으면서 이곳에 글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내 안에 있는 마음들을 밖으로꺼내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일종의 위안 같은 것이었지만 왜 혼자 쓰는 일기장이 아니고 여기에 공개적인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떠올려보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연결'이었다. 내 마음과 똑같은 분들이 어디에라도 있을 것만 같아서 그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고, 좀처럼 닿지 않던 꿈들과 연결되고 싶은 기대감에 글을 썼다. 갈수록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가정주부인 나는 좀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는 희망들을 나눌 수 있는 대화상대를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어딘가에 있을 ‘연결'을 바라면서 말이다.



Connecting the dots
내 삶의 모든 점들은 미래의 나와 연결된다.

 

스티브잡스의 말을 빌려보지만 연결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누구랑 친해지고 싶다던가, 닿고 싶은 어떤 목표가 있다던가, 이런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던가. 아무튼 내가 꿈꾸는 이상향과의 연결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냥 되는 마법 같다. 그저 지금처럼 글을 쓰고 아이를 키우고 가끔은 안 하던 도전도 해보면서 나로써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 삶에 어떤 궤적들이 생기고 그 궤적들을 따라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이 '연결' 되는 듯 하다. 연결은 내 뜻대로 고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미지의 세계다.


나의 구원은 곧 연결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지금을 잘 살아나가는 것뿐이다. 기왕이면 즐겁게!







그동안 <나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또 다른 글을 통해 일생의 어느 날 여러분과 연결지어질 그날을 꿈꾸며 살아가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