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의 복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22 전략> 실천 6일째

by 김혜정

by pixabay


원래는 글을 노트북에 쓰고 저장한 후 복붙해서 브런치웹으로 옮기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브런치웹에 직접 글을 썼었다. 그 전날 쌓인 피로에 오전을 흐물렁거리는 문어처럼 움직이다 오후가 돼서야 정신을 차린 탓이었다. 그건 복붙조차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까 봐 내린 특단의 조치였는데... 결국 어제의 글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작가의 서랍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아니, 저장된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허나, 지금 그 글의 뒤를 이어보려고 작가의 서랍을 열어 보니 아니, 어디로 간 것이냐. 안쪽을 들여다보고 뒤집어 보고 흔들어 보아도 서랍엔 그전에 쓰다 만 종이쪼가리만 볼썽사납게 뒹굴고 있었다. 에휴. 이런 게 바로 허망함이라는 거로구나. 나이가 들면 불현듯 인생이 허무해지고 내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과거가 꼭 부스러기 된 것마냥 초라하고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인데, 지금이 그런 느낌과 사뭇 비슷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말이다. 아무튼 약간의 헛헛함이 느껴진다.



어제 내가 쓰기 시작했던 내용은 이것이었다. 우리의 50대에 갖추어야 할 무기!! 그것은 바로 돈과 건강이다. 글의 주제는 ‘건강’으로 잡았는데 건강에 앞서 50대 이후에 아쉬워할 만한 요소가 있으니 고것이 바로 돈이다. 물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런데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돈이다. 그러니까 돈과 건강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중요성으로 말하자면 도긴개긴이다. 돈이 없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고 건강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용지물이니 말이다. 그래서 건강을 주제로 삼았으나 밑자락을 깔기 위해 돈 얘기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근데 글이 다 날아갔으니... 다시 쓰기가 참으로 어정쩡하다. 다른 말로 꺼림칙하다. 한 마디로 귀찮다. 그러니 그냥 본론부터 들어가겠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쓴 서울아산병원의 정희원 교수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잃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우울과 불안, 수면 장애가 그것이다. 이것은 만성 스트레스로 연결되고 노화나 만성질환에 악영향을 끼친다.



나도 실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스마트폰은 자기 이용 시간을 통계로 내서 1주일에 한 번 주인에게 보고해 주었는데 이 통계 자료를 처음 보았을 때 난 두 눈을 의심했다. 눈알을 한 번 굴리고 다시 봤다. 몇 시간인 줄 아는가? 무려 7시간이 넘었다. 헐, 내가 하루 평균 7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니!! 이건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너무 놀라 폰 사용 시간을 의도적으로 줄여 보았다. 그랬더니 그다음 주는 확실하게 줄어 있었다. 6시간. 와우. 대단. 열심히 의욕적으로 줄여도 난 6시간을 폰에 코 박고 있는 포모(FOMO)였던 것이다. 가만히 허공에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설거지를 할 때도, 청소기를 돌릴 때도, 화장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유튜브를 돌리고 브런치를 읽고 인스타에 좋아요를 누르곤 했는데 그게 포모의 증상이었다. 예전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빌려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간 잊고 살긴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사실이었다. 폰과 함께 진화했고 폰 없이는 살 수 없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오전 시간에는 그래도 느림의 시간을 보내고 멍도 때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면 나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폰에 목을 매고 있었다. 가끔은 폰을 침대에 시크한 척 툭 던져 놓고 산책을 다녀오는 나였기에 폰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겠냐고 자부했지만 지금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폰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재밌다고 해서, 유익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계속 폰을 사용하는 것은 50을 위하여서는 없어야 할 일이다.



그저께 지하철을 탔을 때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사람이 빼곡하게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에 선 사람들의 모습!! 예전 중학교 때 타고 다니던 버스에서의 밀착 포즈와 다를 바 없는 묻지마 스킨십이 아침 지옥철에서도 존재했으니! 뒤에 있는 남자의 무엇이 내 엉덩이에 자꾸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차마 물을 수는 없었다. 확신할 수도 없고 의심할 수도 없었다. 그저 중학교 때 소름 끼치도록 비벼댔던 변태 자식들 같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만 있을 뿐.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놀라운 광경이란 사실 변태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바로 그 빼곡하게 서있는 가운데도 저마다 손에 들고 좀비처럼 폰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들어는 봤으나 눈으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라야 무릎 위에 누가 앉아 있는 게 아니라면 앉은 상태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폰을 보는 것이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서 있는 사람들의 포즈란. 우리 집에 있는 거북이마냥 고개를 앞으로 주욱 빼고는 하얀 조명을 받으며 화면 속에 깊은 관심을 투척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루 6~7시간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할 일 없는 지옥철 안에서의 텅 빈 시간을 그렇게 활용하는 신인류를 좀비인가 아닌가로 비판할 수 있는 계제는 아니다. 분명 아닌 게 맞다. 그런데도 너무 미안하지만 그 모습이 과히 기괴하게 느껴졌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결단코 알아야 한다. 그렇게 젊은 날에 몸을 함부로 쓰고 폰에 코를 6~7시간씩 박고 누워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면, 수(십)년 후에 우리는 기괴한 거북목과 손목 터널 증후군뿐만 아니라 기울어진 고관절과 침침한 노안에 우울감과 불안, 수면 장애, 높은 스트레스 지수까지 거품 물고 자랑하는 중ㆍ노년기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나 역시도 이제는 하루 5시간으로 줄여 보리라. 이미 포노 사피엔스, 포모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 이하로 줄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행복하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늙어가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줄여야 할 때이다. 정희원 교수의 말처럼, 젊어서부터 건강을 차곡차곡 쌓아서 먼 미래의 편안함과 유복함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스마트폰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유튜브, 김작가 TV, 건강을 위해 딱 1개 끊는다면 무조건 ‘이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편) 참고.


keyword
이전 13화넌 나에게 결정권을 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