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산 가다가 창꽃 따먹으며 들었다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까치산 가다가 창꽃 따먹으며 들었다


우물처럼 깊은 눈동자에

눈물만 맺히던 그 가시나 집에선

아버지는 술에 절고, 노름에 빠져

계집질로 날 새웠다지


아이들은 배고픔에 나가버리고

남은 시간은 버림받은 채 자랐단다

집 안 꼴은 말도 아니었고

제 어미는 늘 방구석에 앓고 누워

아그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었단다


뿌리가 너무 깊어

도무지 뽑히질 않는 상처였지

그 어미는 아이들 손톱 밑 가시를

눈물로 파내며 살다가

결국 세상을 하직했다더라.


아그들은 굶주림에 지쳐

머리에 소똥이 돋았고

그 상처를 알아채지 못한 세월은

아직도 가라앉지 못한 채 무게를 잰다


봄이 오면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대가리를 파묻고

찍소리 한 번 못 내며

서케 딱딱딱,

손톱에 피 묻히는 소리만 난다


이 놈 저놈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소문이 되어 퍼져가고

그럴수록 허기는 더해져

밤마다 바가지로 냉수를

들이켠다더라


염병할 세상,

이 이야기가

귀를 씻어낼 일만은 아닐 듯싶어

살며시 옆 바위에 앉은 하늘이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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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이 시는 1960~70.80년대의 찌든

가난과 삶의 비극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것임


창꽃:*진달래’의 방언"

(강원, 경상, 전남, 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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