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는 '눈치'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지만 쓰이는 상황 속에서 관습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심어져 온 것 같은데, 실제로 국어사전에 '눈치'를 검색하면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센스'이지요.
이 글에서는 눈치를 잘 보는 법(?) 같은 얘기보다, 저는 왜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지-특히 직장에서-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실은 우리가 아끼는 가족, 친구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건 배려이자 당연지사입니다. 심지어는 우리 강아지가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은지 축 처져 보인다던가, 어디가 불편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것도 우리가 강아지의 눈치를 살펴서 알 수 있는 거지요.
이렇듯 우리는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대상에 대해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주변에는 나는 회사에서 눈치 1도 안 봐!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책임감 있게 하려면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회사에 존재하는 소위 말해 '구시대적' 문화와 불필요한 압박들에 완강히 반대표를 내미는 여느 MZ세대 중 한 명의 입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생각해 볼게요. 당장 나와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동료, 나에 대한 평가를 매기는 팀장님 등 내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들 안에서 우리는 눈치를 보지요. 그래서 회사에서 눈치를 본다는 것은 그 관계들이 내게 주는 영향을 신경 써서 살핀다는 뜻이고, 이는 곧 회사 내에서의 내 입지를 책임 지고 관리하는 것과 같죠. 그럴수록 우리는 직장 내에서 더 프로페셔널하게 인식될 것이고요.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달리 회사에서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지금 나에게 뭘 원하는지 직접적이고 친절하게 알려주길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에서의 눈치가 어렵고 더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에서 눈치와 센스를 제대로 길러 두면, 나중에 회사를 나가 우리만의 다른 일을 할 때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회사에서는 싫든 좋든 우리 팀, 우리 부서라는 울타리라도 있지만 독립을 하면 철저히 내 힘만으로 클라이언트, 고객사, 비즈니스 파트너의 눈치를 살펴야 할 테니 말입니다.
이전 1~4화에서도 여러 번 밝혔듯 저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물리적인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함께 일하는 환경인 회사 생활이 나중에 회사를 나와 내 일을 운영할 때 써먹을 다양한 스킬을 선행 학습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당장 다음 달부터 회사를 나와 1인 회사를 차리면 갑자기 동료들이 없는 환경에서 내가 혼자 많은 것을 꾸려가야 하는데, 이때 회사에서 여러 가지 잘 배워둔 기술들을 여러분만의 회사를 이끌어 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거지요!
회사 내에서 안 그래도 알아서 눈치 볼 건데 쓸데없이 눈치 주는 것 저도 너무 싫어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눈치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는 그런 상황을 잘 활용해 내게 이득이 되는 상황으로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생을 써먹을 비즈니스 세계의 센스를 터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며-내일 더 프로가 될 우리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