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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2)

수행평가와 단원평가

by 계쓰홀릭 Dec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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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학교에서 학습하는 과목들의 단원별 성취 기준에 따라 실험, 실습, 서술, 구술, 보고서, 관찰 등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학생의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것

  사전적 의미를 따로 찾아보지 않았으나, 내가 생각하는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수행평가는 쉽게 말하자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고 '통지표'에 반영되는 것이다.


  1학년은 배우는 과목도 적고, 1학기에는 특히 적응이 우선이므로 따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수행평가에 대한 개념이 없는 편이다. 선생님이 "이건 수행평가예요"하고 고지하더라도 "그게 뭐예요?"하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식을 묻는 활동보다는 몸으로 잘 표현하는지, 그림으로 잘 나타내는지, 바른 자세로 글씨를 잘 쓰는지 등을 선생님이 '관찰' 평가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는 이것이 평가라고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수행평가지다양한 형태의 수행평가지

  수행평가의 원래 취지는 지식만 평가하는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사실상 학생이 학교에서 하는 모든 것은 평가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이를 통해 학생의 전인적인 발달을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예고 없이 갑자기 해서는 안되고 수행평가 방법과 시기를 미리 고지한 다음에 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은 매 학기 초에 평가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여 가정통신문으로 내보낸다.  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학년별 평가 담당자가 모여 회의를 한 뒤, 전년도의 기준을 참고로 올해에 맞게 수정해서 신중하게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적에 좀 관심이 생기는 고학년 아이들은 뭘 하려고 하면

이거 수행평가예요?

하고 물어본다. 대충 하려던 것도 "그렇다"라고 말해주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성껏 해서 낸다.


  (똑똑한) 6학년은 2~3일 전에 미리 고지해 주면 스스로 교과서를 뒤적거려 미리 대비하기도 하고, 수행평가가 끝난 다음에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중학교에 가면 수행평가가 더 다양하고 복잡해질 것이므로 미리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수행평가 외의 활동은 "어차피 이거 수행평가도 아니잖아~" 하며 대충 해서 내는 아이들도 있어 안타까울 때도 있다.



단원평가
  단원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해당 단원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 보는 시험

  모든 과목은 단원이 있고, 교과서마다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단원도입 - 중반부 - 마무리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 미술 체육 실과 등은 단원들 간의 연계성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학교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단원의 순서를 바꾸어 배워도 큰 무리가 없다. 실과에서 바느질이 마지막에 나온다고 해서 꼭 겨울에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실과에서 배운 내용을 굳이 문제로 만들어서 풀려면 풀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식적인 것보다는 실습이 더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에 단원평가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원평가는 학교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철학에 따라 아예 보지 않는 선생님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수학'은 꼭 단원평가를 보는 편이다. 수학은 단원 간의 연계가 유기적이어서 저학년 때 내용을 확실히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고학년 때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어있다. 2학년에서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하고 올라오면 그 이후 학년에서 만나는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 '소수의 곱셈과 나눗셈' 등을 할 수가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예전에 1학년 담임을 할 때에는 1학년 수학이 너무 쉽게 느껴지기도 했고, 굳이 단원평가를 봐서 한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을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보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2학기 초 상담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받아쓰기'나 '수학단원평가'를 원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학구열이 높은 동네이기도 했음) 그래서 2학기 때부터는 조심스럽게 수학 단원평가를 보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점수를 잘 받았지만 더러 50점 이하를 받는 경우도 있어서 단순한 수행평가만으로 아이들의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산은 어려워하지만 시계 보기는 기가 막히게 잘 해내는 아이들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많았는데, 이러한 강점과 약점은 단원평가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단원평가'를 예고해 주면 부모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들과 집에서 대비를 해오기 때문에 잘 모르고 넘어갈 뻔했던 부분을 알고 넘어가게 되어 좋은 점도 있었다. 부모님들이 단원평가를 요구하시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했다. 시험이 있어야 공부를 시킬 명분이 생긴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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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아이들은 어느 정도 서로의 능력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수학단원평가'를 잘 보는 것은 하나의 특기로 인정해 준다. 수행평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통지표를 작성할 때 참고로 하기는 한다) 그래도 늘 긴장되는 것이 단원평가인 모양이다. 수학에서 한 단원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다음 주에는 단원평가를 한 번 봐야겠네" 하면 다들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라도 아우성을 치며 소란해진다. 신경을 좀 쓰는 아이들은 주말에 집에서 문제집도 풀어보고, 학원에서 복습으로 대비해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다. 대비를 했든 안 했든 대부분 결과를 궁금해하며, 시험을 다 본 직후부터 “채점 언제 하시나요?”라고 채근하며 물어본다.


  개인적으로는 뭘 틀렸는지 꼭 알고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과를 알려주기 전에 많이 틀린 문제 위주로 풀이를 해주는데, 정작 아이들은 점수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에 따라서는 오답정리를 따로 숙제로 내주기도 하신다. 오답정리를 걷어서 검사하는 것도 보통 정성이 드는 게 아닌데 말이다.


  단원에 따라 평균도 많은 차이가 난다. 연산에서 막혀 분수와 소수의 계산은 허덕거리던 아이들일지라도, ‘표와 그래프’나 ‘쌓기 나무’ 단원은 해봄직한지 열심히 시험을 본다. 그래서 평균 90점이 넘는 기염을 토한 적도 있다. “너네 담임 선생님이 누구신데 이렇게 다들 시험을 잘 봤니?” 하고 너스레를 떨자

”OOO 선생님이요~“ 하고 아부를 떨던 6학년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원 선생님께 배워왔다고 대답할까봐 내심 걱정했지만, 그렇게까지 눈치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늘 100점을 받는 우수한 학생과 반대로 늘 20점대를 받는 ‘수포자’인 학생들이 함께 공생하는 교실에서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문제를 출제하고 얼마나 심도 있게 다루어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요즈음은 어려운 사고력 문제를 다루는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는 공립학교에서 대부분 없어졌다. 앞서 언급한 받아쓰기, 진단평가, 수행평가, 단원평가는 모두 초등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이만큼은 알고(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태껏 살아남은 최소한의 시험이라고 여겨진다. 


  받아쓰기 하나 틀렸는데 왜 99점이 아니라 90점이냐고 묻는 1학년 부터, 25문항에서 3개 틀렸으면 88점인데 85점으로 잘못 계산한 담임의 실수를 알아채고 고쳐달라고 가지고 나오는 6학년까지…

모든 어린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100점은 기분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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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작은 성취부터 하나씩 이루어 나가며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어린 시절에 만나는 크고 작은 시험들을 응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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