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 녹아내릴 듯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사막 한가운데 아니 허허벌판에 혼자 내버려진 아이처럼 그늘의 기척을 찾아 헤맸다. 출근길에는 아파트나 빌딩이 그리는 그림자에 숨어, 퇴근길이면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밟으며 숨통을 틀어막는 빛의 추격에서 달아났다. 그러다 찾아낸 양산. 손 한 뼘 길이에 200g 남짓. 그 작은 품에 안겨 그녀는 따가운 여름을 힘겹게 감당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색이나 무늬와 달리 안은 서늘한 어둠이었다. 무례한 빛도 있다는 것을, 어둠도 안온할 수 있다는 것을 빛과 어둠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 계절, 숨죽이며 받아들였다. 달뜨고 식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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