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이제 정착할 거야!

보내지 않은 편지 6

by 맘달

오빠, 오랜만이지. 그동안 좀 바빴어. 이사를 했거든. 또 이사야, 벌써 몇 번째냐, 고 하겠지. 나도 열한 번째인지 열두 번째인지 헷갈려. 아마 그쯤 될 거야. 이사 횟수가 헷갈릴 정도로 많다는 나와 초본 3~4장인 사람도 많다면서 거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훈이아빠랑 다툰 적도 있어. 그게 뭐라고. 그냥 고생 많았다고 한마디만 하면 끝날일인데. 이번에는 내 집에 내가 들어간 거라 더 이상 이사 횟수를 손꼽을 일도 없을 거야. 과거는 청산해야겠어. 다 지난 일인데 뭐, 별일 아닌 걸로 티격태격해 봤자 나만 손해더라고.


이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 내 집에 내가 사는 실거주자가 됐어. 이 집은 전용면적 59니까 17.9평 크기, 공용면적을 더하면 보통 우리가 말하는 24평형이야. 훈이 아빠랑 둘이 살기 적당해. 훈이는 대학졸업하고 바로 나갔고 동생들도 취업하면서 출퇴근하기 좋은 곳으로 원룸을 구해 나가 우리 부부 둘만 남았어. 독립만세를 부르고 나간 둘째가 하는 말이 앞으로 엄마 아빠 사이좋게 살기만 하면 된대. 자기들 걱정일랑 말고. 언제 크나 까마득했는데...... 이젠 자기들이 보호자처럼 군다니까.


운전대를 돌리면 위아래가 바뀌는 것처럼 우리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애들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져. 한낮의 태양을 향하는 자식들을 위로 밀어주고 부모들은 아래에서 머물면서 황혼을 즐기면 되는 것같더라고. 그러다 땅거미 지고 어스름하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그때 나도 오빠처럼 별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늘나라는 너무 멀어서 한 번 가고 나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가 봐. 왜 이렇게 먼거야. 오빠가 여기에 와보면 좋을텐데. 놀라게 될 거야, 전에 왔던 동네하고 영 딴판이라, 천지개벽했지. 오빠한테 보여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아쉽다가도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다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나라는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 모든 게 가능할 것이라고 퉁쳐서 그런가. 아무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잖아.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욕구를 말하는 건데 막연하게라도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이 있으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비교하는 말이 아니라 살려고 견디려고 하는 말인 것같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해서 살거야. 견디면서 버티면서 살지 않고 물흐르듯 평온하게 살고 싶어. 하늘나라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기도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