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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어 오르길 기다리는 딱딱한 옥수수 알맹이

by kleo

고백은 항상 진심일까요? 진심은 늘 진실할까요? 옥수수를 팝콘 기계에다 넣으면 이내 곧 부풀어 튀어 오릅니다. 참을 수 없이 밀려 나오는 구토처럼 와라락 밀려나옵니다. 저에게 진심은 이런 모양, 이런 모습이에요. 아주 깊은 마음속 작은 알맹이 하나에 열을 가해 본래보다 훨씬 더 커져버린 모습으로 부풀려 토해버리는 것이죠. 본래의 딱딱한 알맹이는 발랑 까져 흔적만 남기고, 동그랗고 따뜻하게 만들어서요. 진심은 숨기고 오버해서 진심인 양 꺼내 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진심이 필요한 순간엔 오히려 누군가 자극해 주기를 기다렸어요. 기계 안에다가 딱딱한 옥수수를 담아두고 뚜껑을 덮어버린 다음 누군가 스위치를 눌러주기를, 열을 가해주기를. 비겁하지요. 그리고 욱-하듯 몸집을 키워 왕창 쏟아버리는 식이에요. 그 와중에도 몇은 채 다 익지 못하고 딱딱한 알맹이를 남겨둘 때가 있어요. 한 번씩은 그렇게 누군가를 괴롭히죠. 그런데 그 형태가 제일 제 진심과 가까운 마음 같아요. 하필 운이 좋아, 혹은 운이 나빠 그 사람이 집어 먹은 것뿐이에요. 그러니 제 진심이 담긴 고백은 친밀한 사이보단 지나가는 사람이 말랑한 줄 알고 와그작 씹어먹다 입안에서 한참을 걸리적거리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에요. 뭐, 푹신한 팝콘도 씹다보면 입안이 까끌거린다 싫어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완연히 부풀어지길 기다리는, 마지막은 지저분할 거면서도 누가 와서 한 번씩 스위치를 켜주길 바라는, 사실 팝콘이 되어 기계 밖으로 나가길 원하는 묵은 마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한편 요즘은 이곳에 기계가 있는지, 기계 안에 딱딱하고 차가운 알맹이들이 모여있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깨끗하게 빈 그릇을 가져다 두고 혼자 스위치를 켜요. 조용히 팡팡 튀어 오르다 비워내면 그만. 곧 또 굳어버린 알맹이는 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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