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21)
- 뒤를 돌아봐.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을 나는 못 들은 척했다.
나는 과제를 하느라 바빴다.
매일 일을 끝내느라 바빴다.
돌아보면, 나는 늘 시간에 등을 지고 있었다.
해내야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나의 과제가 끝나면 다음 과제가 주어졌다.
돌아볼 겨를도 없이 나의 뒤로 시간은 흘렀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비로소 넘어지고 나서야,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내가 뒤 돌아있는 동안 나의 등을 지지하던 네가 그제야 보였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두려웠다.
내 등 뒤에 무엇이 자라고 있을지 마주하기가 겁났다.
하지만 버려두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정원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는 숲이 되었다.
- 뒤를 돌아봐.
나무가 말했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후지모토 타츠키, <룩 백> 鑑賞.藤本藤本タツ藤本タツキキ藤本タツキタツ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