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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외눈박이가 된 나

by Zarephath Oct 01. 2024

나는 한쪽 눈을 실명했다. 백내장 수술을 할때 바느질한 자리에 독한균이 옮아 각막궤양이 됐고, 그게 심해져서 안내염이 온 것이라 한다. 내 백내장 수술을 한 놈은 그 병원을 떠나고 없었다. 이건 분명 백내장 수술의 부작용이라고 내 눈을 진료한 선생님이 자신있게 말해줬다. 생각 같아서는 그 놈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서 멱살 잡고 싶었으나, 그런다고 눈이 돌아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 쪽도 방어논리를 내세워 지리멸렬한 소송전이 될 것이 뻔해서 그만 뒀다. 정말 화가 났다. 이제 남은 생은 한쪽 눈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불편한 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무섭다. 이제 눈이 하나 뿐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남은 한 쪽 눈이 잘못 되면 그냥 맹인이 되는 것이다. 남은 눈이 난시도 심하고 시력이 시원찮아 훨씬 더 무섭다. 조금만 눈을 무리하면 그냥 맹인이 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쌓인다. 눈이 두 개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사실은 매우 부담스럽다.

안내염 치료는 안구에 주사를 맞는 일이었다. 나는 그 주사를 4~5회 맞았는데, 그 고통은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쌩 눈에다가 바늘을 찔러넣고 주사를 놓는 일이다. 정말 너무너무 아팠다. 근데, 이상한 것은, 분명 안과적 응급이 있다고 학교 다닐때는 배웠는데, 응급실에서는 안과진료를 아예 안본다는 것이다. 실명의 위기를 빨리 대처하면 넘길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교과서와 현실의 괴리는 참 잔인했다. 나도 첨엔 응급실에 갔다가 몇번 뺑뺑이 돌고 다시 외래로 갔다가 입원한 후, 대학병원으로 전원된 케이스 이다. 그 무거운 발걸음은 말로 다 못한다.

그렇게 안구에 주사를 맞아서 안내염 치료를 하는 목적은 원래 자신의 눈을 살리는 것이라 한다. 살려서 뭐하나? 어차피 시력은 포기해야한다며서, 보이지도 않는 눈 살려놔 봐야 뭣에 쓴단 말인가? 성격 같아선 그냥 안구 적출하고 의안으로 넣어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병원에서는 방침이 그렇지 않았다. 원래 눈을 최대한 살린다고 한다. 보이지도 않는 눈 뭣하러 살리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눈이 하나 뿐인 데다가 남은 쪽 눈도 시원찮아서 글을 잘 못 읽는다. 폰트가 18pt정도 되지 않으면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 전화기도 폴더폰으로 곧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렵다.

곧 장애진단서를 발급받는다. 나도 이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기분이 묘하다. 공식적인 장애인이 되어 장애인이 받는 사회적 배려를 받게 되었다. 예전에 어떤 하체 장애인이 지하철 역을 내려 가다가 넘어져서 계단을 굴러 떨어진 후 ‘아이 씨발 좆같네’라고 큰 소리로 욕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단히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고 판단했었는데, 이제는 이해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이 편안하게 거동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너무 취약하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언제쯤 장애인 복지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될까?

눈은 정말 귀하다. 외부를 인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아닌가?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아닌가? 눈이 보이지 않으면 약자가 된다. 나도 약자가 되었다. 바라기는 나머지 눈은 제발 오래오래 보전되어 한쪽 눈으로라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면서 살고 싶다. 나의 가족, 아들 딸들, 아내,,, 마음껏 보면서 살고 싶다. 세상의 아름답고 더러운 그 모든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부디, 나머지 한 쪽 눈은 안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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