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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우울감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것

by 루이제

요즘 마음상태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임신 중 우울감이 찾아와 버렸다. 처음에는 번아웃 형태로 나타나는가 싶더니,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끼면서 신경계를 지속적으로 긴장되도록 몰아가는 것)' 증세도 심해졌다. 3일 연속 밤마다 눈이 붓도록 펑펑 울다 잠들기도 했다.


임신 초기에는 괜찮았는데 왜 중기에 와서 갑자기 그런 걸까. 일단 챗 GPT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Q. 임신 중 우울감에 대해 알려줘

A. 임신 중 우울감(산전 우울감)은 비교적 흔한 현상으로, 호르몬 변화, 신체적 변화, 스트레스, 그리고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전 우울감의 원인

호르몬 변화: 임신 중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뇌의 기분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신체적 변화: 체중 증가, 피로, 허리 통증 등 신체 변화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요인: 임신과 출산에 대한 걱정(건강, 재정, 부모 역할 등)이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정신건강 문제: 이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임신 중 우울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 지원 부족: 가족, 배우자 또는 친구의 지지가 부족하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증상

임신 중 우울감은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는 느낌과는 다르게 심리적,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속적인 슬픔 또는 공허감

흥미 상실: 좋아하던 활동에 대한 관심 감소

수면 장애: 과도한 피로 또는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사고의 명확성 부족

과도한 걱정 또는 불안

자책감 또는 무가치함 느낌

식욕 변화: 식욕 저하 또는 폭식

육체적 불편감: 이유 없는 두통, 복통 등

심한 경우 죽음 또는 자살에 대한 생각


대처 방법

1.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자신의 감정을 배우자, 친구, 가족과 공유해 심리적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전문가 상담 및 치료
증상이 심할 경우 산부인과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담 치료(심리 치료): 우울감의 원인을 찾아내고 대처법을 배우는 데 도움.

약물 치료: 경우에 따라 안전한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의사와 상의).

3. 규칙적인 생활 습관 유지

충분한 휴식과 수면 확보

가벼운 운동: 요가, 산책 등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 섭취

3. 자신을 격려하기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압박감을 덜고 스스로를 격려하세요. 작고 긍정적인 변화에 집중하세요.

4. 사회적 지원 활용

임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모임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면 유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우울감을 방치하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세요.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울감이 심해질 때 나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지속적인 슬픔과 공허감

2) 과도한 걱정 또는 불안

3) 간헐적 공황 증세(숨 막힘, 두근거림, 압박감)


챗 GPT가 제시한 원인이 다양한 것처럼, 내 우울감의 원인도 다양한 것 같다.


1) 우선 최근 일적으로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나 스스로가 워낙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 기억력이 나쁘고 업무 조정력이 떨어지는 관리자와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던 것 같다. 1~2번 챙기면 되는 걸 10번 20번 챙겨야 하는 게 나를 힘들게 했다. 무능력/무책임한 선배와 일하는 것도 한몫했다. 어떤 선배의 잘못을 내가 억울하게 뒤집어쓸 뻔한 사건도 있었다. 회사에선 사람 좋으면 장땡이 아니라 무엇보다 일부터 똑 부러지게 잘해야 한다는 걸 실감하는 한 주였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메인 담당도 아니었고 가장 비중이 적은 포지션이었는데도, 진행 단계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나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지워진 느낌이었고 자발적으로 해야만 하는 업무가 너무 과중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챙기지 않으니까 말이다.) 제대로 된 관리자라면 행사가 한 번 종료될 때마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업무 펑크가 난 곳은 없었는지, 임무분장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과정에서 팀원들의 불만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나중에 내가 팀장이 된다면 꼭 그렇게 하고 싶다.


2) 남편의 잦은 야근과 연락 부재로 외로움을 느꼈다.


일하면서 야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파트너와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런데 이번주는 이틀 연이어 '불통' 문제가 불거졌다. 하루는 언제 퇴근한다고 알려주지 않아 내가 걱정하는 사달이 있었고, 또 다른 하루는 종일 단 한 통의 메시지도 없었던 날이었다.


하필 이번주에 나도 육체적, 감정적으로 너무 버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질 않았다. 분명 둘이 사는데, 세상에 나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치되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로 감정이 무너지지는 않는데, 뭔가 내 마음의 공장이 고장 난 것 같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감정을 조절하는 컨트롤러가 망가지고 부서진 기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막 흘렀고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꺼이꺼이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겹쳐지면서 감정이 취약한 상태로 내몰렸고, 평소 같으면 괜찮았을 상황에서 공황 증세까지 나타났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거나, 사람 많고 공기가 안 통하는 곳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기도 했다.


챗 GPT도 지적했지만 산전 우울감이 산후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 건강을 잘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Q2: 임신 중기에 신체 변화와 심리적 변화를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려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A. 임신 중기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려면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도움이 될 만한 접근법입니다.


1. 임신과 관련된 지식 습득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이해

임신 관련 서적 읽기 : 임신 중 각 단계의 신체 변화를 설명하는 책을 읽어 임신 과정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쌓으세요. (추천 서적: "What to Expect When You're Expecting",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등)

온라인 강의나 전문가 강연 시청 : 산부인과 의사나 조산사가 제공하는 강의를 들으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리적 변화에 대한 이해

임신 중 호르몬 변화와 감정 기복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세요.

산모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해하고,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워보세요.


2. 자신만의 건강 관리 방법 찾기


신체 건강 관리

가벼운 운동 : 임신부 요가, 수영, 걷기 등은 체력 유지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영양 관리 : 철분, 칼슘, 엽산 등이 풍부한 식단을 구성하세요. 과도한 체중 증가나 영양 부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 관리

감정 일기 쓰기 :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세요.

명상과 호흡법 연습 :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3. 적극적인 의사소통


배우자 및 가족과 이야기하기

자신의 신체적 불편감이나 감정 상태를 솔직히 이야기하세요. 주변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 상담

산부인과 의사와의 정기적인 상담에서 신체와 심리 상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세요.


4. 긍정적인 태도 유지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하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말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유지하세요.

작은 성취를 축하하기

예를 들어, 운동을 꾸준히 했거나 필요한 정보를 잘 찾아낸 날에는 자신을 칭찬하세요.


5. 지원 네트워크 구축

임산부 모임 참여 :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다른 임산부들과 교류하면 공감과 유대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산 준비 클래스 : 배우자와 함께 출산과 육아 준비 과정을 배우면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요약

지식을 통해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고, 건강과 심리 관리를 통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우자와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세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작고 실질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하기", 그리고 "배우자 및 가족과 이야기하기"를 특히 실천해 봐야겠다. 완벽함을 버리기는 힘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 너무 먼저 앞서 나서지 말고, 타인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고도 하지 말기. 적당히만 해도 세상일은 다 굴러간다. 바빠도 적당히 숨 쉬면서 일하기.


그리고 힘든 이야기를 잘 못 하는 성격이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해 보기로 한다. 남편도 이번주에 내가 눈물을 몇 번이나 쏟아내자 내 등을 두드려주고 안아주며 끝까지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집에서 내가 무료하고 우울해하자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수영)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 주고, 함께 외출하는 등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었다.


지난번 연재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뭐든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말자. 지금까지 24주간 뱃속 우담이(태명)와 잘 헤쳐온 것처럼, 우울감도 잘 극복해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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