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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May 13. 2024

네 번의 아이와의 이별

긴 회복 시간이 지난 후 아내의 몸과 마음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보, 우리 아이 안 낳으면 안 될까?”

“나 이제 무서워.”

아내가 차가운 침대에 누운 채 대학병원 중앙 수술실에 들어가며 한 말이다.

난 그때 두 손을 꼭 잡으며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아, 잘될 거야.”

냉장고처럼 서늘한 수술방으로 들여보내자니 내 맘도 편하지 않았다. 이내 수술실 문이 닫히고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수술실 간호사가 내게 말하며 재빨리 등을 돌렸다.

아내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나 역시 겁이 났다. 아내의 건강도 문제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궁을 들어내야 할 수도 있어요.”

그 말은 2세 계획에 지장이 있다는 말이다.

아내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순간 2세를 생각한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못된 남편이었다. 수술이 잘 되기를 빌며 수술실 앞 모니터를 수없이 쳐다보았다.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몇 시간이 흐르고 모니터에는 회복 중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곧바로 담당 의사가 걸어 나오고 있다.

제발…. 제발….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밝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신다.

“보호자님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생님, 아내는요?”

“괜찮습니다. 마취에서 깨는 대로 병실에서 잘 회복하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께 여러 번 인사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아내는 침대에 누운 채로 간호사들에 의해 나오고 있었다.

마취가 덜 깼는지 비몽사몽인 눈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손을 잡으며 눈으로 화답하였다.

“그래 수술 잘 되었데. 큰 문제가 없데.”

의식이 돌아왔을 때 다시 말을 해줬지만 혼자 천정을 보며 많은 걱정을 하는 듯했다.

주치의가 회진을 돌며 상황을 이야기하자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내는 말없이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보, 우리 아이 꼭 가져야 해?”

“나, 이제 무서워.”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니, 아이 없이 우리 둘 잘 살면 되지!”

나는 내 속마음을 숨기며 더 이상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내는 벌써 네 번의 이별을 맞았다. 네 번의 유산. 남자로서는 절대 경험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고통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몸까지 망가지고 있었으니 두렵고 무서웠을 아내다. 처음 유산을 겪고 자궁 외 임신이 되어 습관성으로 거듭 자궁 외 임신으로 유산을 겪었다. 약물적 비수술과 물리적인 수술을 겪었기에 아내의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여러 번 아픔을 겪고 힘들었을 그 사람.

아이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 내 여자.

세상의 빛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네 아이의 엄마였다.     


슬픔을 뒤로한 채 엄마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묵묵히 버틴 것이다. 다행히 곁에서 건강하게 잘 버텨 준 아내가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었다. 나의 욕심이 아내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들어 한동안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여자는 자기 몸을 헌신적으로 희생하게 된다.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감히 넘을 수 없는 성스러운 특권이다. 그런 여자를 옆에 두고 오늘도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건강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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